최저임금 체계 개편 3년째 공회전.. 논의 재개도 불투명
권가림 기자 2021. 5. 18. 06:50
[머니S리포트-기로에 선 최저임금②]차등적용·주휴수당 폐지 논쟁도 불붙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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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올해도 어김없이 다음해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최저임금 협상은 매년 노동계와 경영계의 갈등으로 파행을 거듭해 왔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대립이 예상된다. 현 정권의 마지막 최저임금 협상인 만큼 노동계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서다. 반면 경영계는 임금 지불 능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고 있다. 2022년 최저임금은 과연 얼마로 결정될까.
내년도 최저임금은 얼마여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논의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시작됐다. 인상 폭을 놓고 협상 테이블은 매년 깎으려는 사측과 높이려는 노측의 갈등이 반복되면서 극심한 진통을 앓아 왔다. 정부가 추진했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이 3년째 표류하는 동안 노사 간 지루한 힘겨루기식 논의가 이어지며 올해 심의 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차등적용' 문제와 주휴수당 폐지 등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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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공회전'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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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4월 올해 첫 전원 회의를 열었다. 최저임금은 관련 법에 따라 오는 8월5일까지 고시해야 하며 이의 제기 절차를 고려하면 7월 중순까진 의결을 마쳐야 한다.
노사 간 갈등으로 예정 시한 준수 여부는 불투명하다. 최근 10년 동안 법정 시한을 지킨 것은 2015년이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현행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현재 최저임금은 노사가 각각 최저임금 요구안을 들고 와서 그 격차를 줄여나가는 방식이다. 노사의 극한대립 속에 양보 없이 논쟁만 반복돼 결국 정부 추천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안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거나 표결에 들어갔을 때 캐스팅보트(결정표)를 행사하기 일쑤다.
이처럼 최저임금이 정부 추천 인사에 따라 좌지우지 되다 보니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해 최저임금 결정체계 이원화 카드를 꺼냈다.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의 상·하한선을 먼저 정하고 근로자 측, 사용자 측, 공익위원들로 구성된 '결정위원회'가 정해진 구간 안에서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구간설정위가 객관적으로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먼저 정하면 소모적 논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 개편안은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며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다.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각각 2.87%, 1.5%로 낮게 책정되면서 개편안 언급은 쏙 들어갔다. 오영민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정부안 상정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며 "여야와 노사 간 이견이 첨예해 정부안 상정을 추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최저임금 결정체계는 정부가 끼어 있는 교섭 구조다 보니 독립성, 객관성이 미흡하다"며 "정부는 위원회에만 결정을 맡기고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非)정치적인 관점에서 최저임금 예측가능성과 현장 수용성을 높이려면 개편은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0~100을 두고 논의하는 것보다 노사 참여를 전제로 일정 구간 내에서 협상이 진행된다면 지금과 다른 분위기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홍석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국장은 "결정체계를 이원화한다 해도 최저임금의 합리적 판단은 물론 협상 시간 단축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개편안을 추진하기 어렵다면 최저임금위원회 손질이라도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사로부터 공익위원들을 추천받아 최저임금위원회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쪽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저임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던 김강식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1988년 최저임금을 시작할 땐 노사의 최저임금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장기적으론 정부가 연구위원회나 조사위원회를 통해 정보 제공 및 자문을 하는 역할만 맡고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노사가 의사결정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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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버티기 힘들다" 인건비 부담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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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업종별·규모별 차등 지급, 주휴수당 폐지 등 쟁점도 수두룩하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은 당초 법으로 보장된 내용이었지만 최저임금 제도 시행 첫해였던 1988년 최저임금을 2개 업종으로 구분해 적용한 뒤로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이 따로 적용된 일은 없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코로나19로 열악해진 경영환경 속에서 업종별·규모별 차등 지급이 되지 않으면 인건비 부담 등 경영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 근로자 364만8000명 중 36.3%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기 교수는 "과거 노동시장은 지금처럼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가 크지 않았고 제조업의 고용 비중이 컸다"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비중이 높은 현재의 경제 특성에 맞는 최저임금제도가 필요하고 자영업자, 소상공인, 취업자가 상생할 수 있는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주휴수당 폐지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가 주 5일 연속으로 일했을 때 근로자에게 하루 치 수당을 더 주는 제도다. 현 최저임금에 20%를 더하는 효과가 있다. 경영계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은 8720원이지만 주휴수당을 포함할 경우 실질 최저임금은 1만원이 넘는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주휴수당은 1953년 도입했는데 최근 최저임금이 오르는 상황에서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며 "올해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영업활동이 가뜩이나 어려운데 5~10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주휴수당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을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이에 대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이지 고용주를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다"라며 "국가의 고용정책이나 분배정책을 통해 개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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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가림 기자 hidd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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