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에 빠진 최저임금.. 위원회 선택은?

이한듬 기자 2021. 5.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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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기로에 선 최저임금①] 노동계 '1만원 실현' vs 경영계 '최소 동결'

[편집자주]올해도 어김없이 다음해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최저임금 협상은 매년 노동계와 경영계의 갈등으로 파행을 거듭해 왔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대립이 예상된다. 현 정권의 마지막 최저임금 협상인 만큼 노동계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서다. 반면 경영계는 임금 지불 능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고 있다. 2022년 최저임금은 과연 얼마로 결정될까.

지난 4월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021년 제1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렸다. / 사진=뉴스1 박정호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짓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논의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각자에게 유리한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강경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올해 진행될 논의는 문재인 정부에서의 마지막 최저임금 협상이란 점에서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노동계는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목표로 전력투구에 나설 방침인 반면 경영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영위기를 근거로 ‘최소 동결’을 마지노선 삼아 배수진을 칠 전망이다.



현 정권 마지막 최저임금 협상


올해 진행되는 2022년도 최저임금 논의는 현 정부에서 진행되는 마지막 최저임금 협의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얼마로 결정 나느냐에 따라 현 정권의 최저임금 평균인상률이 결정된다.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던 기간은 노태우 정부(1988~1993년)로 당시 5년 동안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16.3%였다. 두 번째로 높은 인상률을 기록한 건 노무현 정부(2003~2008년) 10.6%였으며 그 뒤로는 김대중 정부(1998~2003년) 9%, 김영삼 정부(1993~1998년) 8.1% 등이다. 반면 가장 낮은 인상률을 기록한 정권은 이명박 정부(2008~2013년)의 5.2%였으며 박근혜 정부(2013~2017년)의 평균 인상률은 7.4%다.

문재인 정부 들어 2018~2021년 4개년도 평균인상률은 7.9% 수준이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정권 출범 초반 2년 동안은 최저임금 인상률이 2018년 16.4%(7530원) 2019년 10.9%(8350원) 등으로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에 문제가 생기자 정부는 곧바로 속도 조절에 들어갔고 2020년 인상률은 2.9%(8590원)로 대폭 주저앉았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한다는 목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두 차례에 걸쳐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까지 겹치면서 2021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5%(8720원)로 떨어졌다. 이는 역대 최저 인상률을 기록했던 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2.7%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 추이를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는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노동계는 ‘촛불’로 탄생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박근혜 정부의 평균 인상률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점을 비판하며 대대적인 인상 추진에 시동을 걸고 있다. 정부의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이 박근혜 정부보다 높으려면 내년엔 최소 5.5%(시급 9200원) 이상의 인상률이 결정돼야 한다. 노동계는 한 발 더 나아가 두 자릿수의 인상률을 주장할 공산이 크다.



노사 갈등, 치킨게임 치달을까


최임위에 근로자위원으로 참석하는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소득 불균형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결정인 만큼 국민에게 한 약속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이행하라는 요구다.

최저임금 1만원이 실현되기 위해선 적어도 올해(8720원)보다 14.7% 이상 임금이 올라야 한다. 지난해에도 노동계는 16.4% 인상을 주장한 바 있어 올해도 15~16%대의 인상률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경영계는 정권 초기 급격한 임금인상으로 기업의 임금 지불 능력이 한계에 달해 고용 문제 등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라며 인상률 안정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해 2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전체 취업자는 평균 38만6000명 감소한 반면 초단시간 일자리는 평균 3만명 증가하는 등 고용의 질이 악화됐다며 그 원인을 최저임금 인상에서 찾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코로나19 충격과 높아진 최저임금 수준을 견뎌내는 과정에서 전체 취업자는 줄고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일자리는 오히려 증가하면서 전반적 고용이 질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올해 최저임금을 삭감하거나 최소 동결하자는 주장을 펼칠 전망이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를 견디기 위해선 적어도 임금을 올리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2022년 최저임금을 최종 동결해야 한다”며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을 통해 우리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사상 처음으로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하고 강력 대응에 나섰다. 최저임금을 인상할 여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위 위원장을 맡은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근로자의 95% 이상이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며 “아직도 각종 지원금과 대출 연장으로 근근이 버티는 소상공인이 많아 최저임금을 올릴 경우 고용이 급감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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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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