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문턱 넘기 어려운 자가검사 키트

박계현 기자 2021. 5. 18.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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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인증받아도 국내 전문가용 허가 있어야 조건부 허가.."11개 업체 심사 대기"
서울시가 콜센터와 물류센터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시범사업을 시작한 17일 자가검사키트 생산업체 직원이 서울 성동구의 한 콜센터 직원을 대상으로 시연해 보이고 있다. 빨간색 한 줄이 표시된 자가진단키트는 비감염을 의미한다. /사진제공=뉴스1

서울시가 지난 17일부터 관내 콜센터와 물류센터 일부를 대상으로 5주간의 자가검사키트 도입 시범사업에 돌입했지만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조건부 허가를 받은 제품은 에스디바이오센서, 휴마시스 두 제품 뿐이다.

전문가용 자가검사 키트 품목허가를 기다리는 기업은 11곳이나 되지만 자가검사키트의 한시적 허가를 받기 위한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불만도 나온다.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4월 23일 에스디바이오센서와 휴마시스가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의 조건부 허가를 받은 이후 아직 추가로 조건부 허가를 신청한 기업이 없다.

이는 식약처가 내세운 자가검사키트의 조건부 허가가 '국내에서 전문가용으로 식약처의 정식 허가를 받은 제품으로 국외에서 개인용으로 승인을 받아 사용중인 항원진단키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기존에 국내에서 전문가용 허가를 받은 제품이 아니면 조건부 허가 대상이 아니다. 조건부 허가 제품은 식약처의 정식 허가 제품이 나오기 이전에 한시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이다. 현재 자가검사키트는 허가에 필요한 임상적 성능 시험에 향후 2~3개월 소요 되는 등 제품 개발 중으로 개인사용이 가능한 허가 제품은 없다. 조건부 허가 제품은 정식 허가 제품이 나오기 이전에 한시적(3개월)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허가한 것이다.

이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허가를 받은 두 제품 외에는 조건부 허가 조건을 충족하는 업체가 없으며 국외에서 신속 항원키트 사용 승인을 받은 11개 기업의 경우 국내 전문가용 허가를 신청하고 임상자료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국내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액이 5조원을 넘어서면서 진단키트 업체의 제품 품목허가 신청이 유래없이 쏟아지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법정 처리기한인 80일 내에 심사를 처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임상시험자료가 포함된 심사의 경우 업무일 기준 민원처리기한을 최대 80일로 규정하고 있다. 그 사이 에스디바이오메드나 휴마시스에서 개인 사용에 대한 임상적 성능시험 자료 등 추가 자료를 제출하고 정식 허가를 받을 경우 조건부 허가 제도는 사라지게 된다.

이 때문에 현재 에스디바이오메드, 휴마시스를 포함한 5개 기업이 정식 허가를 받기 위해 임상적 성능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식약처가 발표한 '코로나19 체외진단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전문가용 제품의 경우 임상적 민감도는 80% 이상, 특이도는 95% 이상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민감도는 양성을 양성으로 판단하는 확률, 특이도는 음성을 음성으로 판단하는 확률이다. 둘을 합쳐 정확도를 판단한다.

자가사용 목적 제품의 경우 다양한 교육 수준과 연령, 성별의 비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한 사용 적합성 평가도 거쳐야 한다. 비전문가가 훈련 자료만으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지, 또 정확히 사용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목적이다. 이를 위해 각 업체는 개정된 기준에 맞게 임상시험을 새로 실시해야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럽·미국의 경우 인구 대비 확진자가 국내보다 10배 이상 많이 나오는 상황이라 코로나19 제품에 한해 승인 절차가 그리 까다롭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현재 국내 상황에서 해외 승인만으로 국내에서도 조건부 허가를 내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식약처 행정 절차가 늦어지면서 서울시 납품 등 사업기회를 놓치게 된 진단키트 업체들의 경우 아쉬움이 크다.

한 진단키트 개발업체 관계자는 "전문가용 제품 심사 일정이 줄줄이 밀려있어 식약처가 보완자료를 요청할 경우 다시 순서가 맨 뒤로 밀려나는 상황"이라며 "식약처에서 수출용 허가를 받은 제품에 대해서라도 '패스트트랙' 등 제도 보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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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현 기자 unmblu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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