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영원의 결핍, 치명의 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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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사다((阿部定, 1905~?)는 일본 도쿄 명문 다다미 장인 집안에서 태어나 가부장적 억압 속에 성장한 여성이다.
어려서부터 익힌 게이샤 전통의 교양, 즉 노래 춤 샤미센 등의 예능 교육에 익숙했던 그는 학교 커리큘럼에 적응하지 못하고 15세에 고등여학교를 자퇴했고, 직후 한 남자에게 강간까지 당했다.
아버지가 그를 유곽에 팔아버렸다는 설도 있지만, 어쨌든 당시 그 나이의 여성이 생계를 이을 수 있는 길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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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사다((阿部定, 1905~?)는 일본 도쿄 명문 다다미 장인 집안에서 태어나 가부장적 억압 속에 성장한 여성이다. 어려서부터 익힌 게이샤 전통의 교양, 즉 노래 춤 샤미센 등의 예능 교육에 익숙했던 그는 학교 커리큘럼에 적응하지 못하고 15세에 고등여학교를 자퇴했고, 직후 한 남자에게 강간까지 당했다. 순결은 목숨처럼 중한 것이어서 순결을 잃으면 결혼할 자격도 없다고 배운 세대였다. 꿈과 미래를 잃고 의지할 데 없던 그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여러 남자를 만났고, 그러다 집에서 쫓겨났다. 아버지가 그를 유곽에 팔아버렸다는 설도 있지만, 어쨌든 당시 그 나이의 여성이 생계를 이을 수 있는 길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이런저런 일을 하며 살아가던 아베 사다가 나가노의 한 음식점에 취직해 11년 연상의 바람둥이 사장 이시다 기치조와 눈이 맞은 건 31세 되던 1936년 초였다. 유부남과의 불륜은 약 석 달간 이어졌고, 5월 18일 새벽 가학·피학적 성행위 도중 기치조의 청에 따라 목을 지나치게 조르다 그를 숨지게 했다. 목 졸림에 의한 산소 부족은 뇌를 각성시켜 호흡 근육을 긴장시키고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혈압을 올리고 맥박을 빠르게 한다. 그 과흥분상태를 즐기는 이상 성애가 아스피시오필리아(Asphyxiophilia·질식기호증)이고,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을 즐기는 데까지 나아가면 '오타새시노필리아(Autassassinophilia·생존기호증)'다. 사다는 남자의 성기를 잘라 간직했다가 이틀 뒤 체포됐다. 그는 "전부를 원했다"고, "영원히 함께하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40년이 지난 1976년, 오시마 나기사 감독이 이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 '감각의 제국'을 만들었다. 한편에서는 외설이라는 성토가 빗발쳤고, 다른 한편에서는 군국주의 전쟁 광풍에 파국으로 치닫던 당시 일본 상황의 알레고리라는 변론이 맞섰다. 영화 이후 또 그쯤의 세월이 흘렀고, 새로운 이해, 해석의 지평이 열릴 수도 있겠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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