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머스크의 두 얼굴

김홍수 논설위원 2021. 5. 18.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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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는 “어릴 적 별명이 ‘천재’였다”는 모친 말대로 소년 시절부터 유별났다. 열두 살 때 게임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500달러를 받고 게임 업체에 팔았다. 벌목꾼 등으로 고학하다 장학생 대우를 받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 편입한다. 물리학, 재료공학을 공부하며 스탠퍼드대 박사 과정에 진학했지만, ‘제2의 빌 게이츠’를 꿈꾸며 곧 자퇴한다.

만물상 삽입

▶처음 창업한 인터넷 지도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를 3억7000만달러(약 4200억원)에 팔아 28세에 벼락부자가 된다. 두 번째 창업한 전자상거래 기업 ‘페이팔’은 이베이에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 팔려 31세에 억만장자가 된다. 거금을 쥔 머스크의 시선은 우주로 향한다. “인류 멸종을 막으려면 지구 밖에 제2의 문명을 만들어야 한다.” ’2050년까지 화성에 100만명을 이주시킨다'는 목표로 2002년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를 창업한다.

▶화성 100만명 이주에 1회용 로켓을 쓰면 로켓 1만4600개, 제작비 3000조원이 소요되는 반면 재활용 로켓을 만들면 필요 로켓을 1000개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재활용 로켓 개발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 시절 ‘왜 우주 사업에 뛰어들었나’라는 질문에 머스크는 “재산을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답했을 정도다. 로켓 회수 실험은 10번 이상 실패를 거듭한 뒤 2015년에야 첫 성공을 거둔다. 로켓이 원래 발사 자리로 돌아와 사뿐히 내려앉는 장면은 세계인들에게 머스크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전기차, 테슬라의 개발 역시 시행착오가 많았다. 전기차 출시가 지연되면서 공매도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10대 시절 캠퍼스 커플로 만나 쌍둥이, 세 쌍둥이 합쳐 아들 다섯을 낳은 부인과 이혼하는 아픔도 겪었다. 하지만 온갖 시련을 딛고 일어서 순간 가속 능력이 포르셰를 능가하고 1회 충전에 400㎞ 이상 주행하는 전기차를 완성해 위기를 돌파했다. “스티브 잡스를 뛰어넘는다”(뉴욕타임스)는 찬사가 쏟아졌다.

▶머스크가 가상화폐 오락가락 언행으로 ‘사기꾼’으로 몰리고 있다. 비트코인을 띄우다가 갑자기 악담을 퍼부어 코인 투자자들을 아연실색하게 한다. 시가총액 2조달러를 웃도는 세계 가상화폐 시장이 그의 말 한마디에 휘둘린다. 이런 언행으로 그는 돈을 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증시에서 이런 일을 했으면 중형을 받을 수 있다. 머스크의 진의는 아무도 모른다. 머스크는 “나는 사실 아스퍼거 증후군(의사소통 장애)을 앓고 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천재의 야누스 같은 두 얼굴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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