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전 80기 이경훈 "축복이가 준 축복입니다"

최수현 기자 2021. 5. 1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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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진출 6년, PGA 투어 첫 우승

서른 살 이경훈이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적 선수들과 겨뤄보겠다는 꿈을 품고 미국 무대에 진출해 6년을 버틴 끝에 이뤄낸 우승이다.

이경훈은 17일 텍사스주 TPC 크레이그 랜치(파72)에서 열린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810만달러) 최종 라운드를 샘 번스(25·미국)에게 1타 뒤진 2위로 출발해 3타 차 역전에 성공했다. 버디 8개, 보기 2개로 6타를 줄여 최종 합계 25언더파 263타를 친 그는 PGA 투어 우승을 차지한 여덟 번째 한국 국적 선수가 됐다. 상금은 145만8000달러(약 16억5000만원)다.

이경훈이 17일 AT&T 바이런 넬슨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두고 아내 유주연씨와 함께한 모습. 두 달 후 첫딸이 태어나는 이경훈은 PGA 1부 투어에서 80번째 도전 끝에 우승의 감격을 맛보았다. /EPA 연합뉴스

이날 최종 라운드 내내 페어웨이 여기저기 웅덩이가 생길 만큼 장대비가 쏟아졌다. 이경훈이 16번 홀(파4·463야드)에서 친 드라이브샷이 겨우 223야드 날아갔을 정도였다. 이경훈이 속한 챔피언조가 16번홀 그린에 왔을 때 악천후 때문에 경기가 중단됐다. 3타 차 선두였던 그는 2시간 23분 동안 긴장감에 시달리며 대기했다. 일부러 리더보드를 쳐다보지 않았다고 한다.

경기 재개 직후 이경훈은 파 퍼트를 놓쳐 보기를 기록했다. 하지만 17번 홀(파3·130야드)에서 피칭웨지로 친 티샷을 홀 1.2m에 붙여 버디를 잡았고, 18번 홀(파5)도 버디로 마무리했다. 그는 “좋은 흐름을 잃지 않으려고 더 공격적인 시도를 했다”며 “코스와 나 자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와 막판까지 경쟁한 번스는 “모든 선수에게 힘든 환경에서 이경훈은 한 샷, 한 샷 계속해 나가면서 누구에게도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놀라웠다”고 했다.

중1 때 살 빼려고 골프를 시작했다는 이경훈은 국가대표 출신이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따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일본 투어 2승(2012·2015)을 거뒀고, 2015·2016년 한국오픈을 2연패했다. 국내 무대에서 꿈을 이룬 뒤 2016년 미국 무대에 과감히 도전했다. 2부 투어를 3년간 뛰고야 2018-2019시즌 1부 투어 티켓을 따냈다.

그는 1부 투어에서 맞은 세 번째 시즌에 80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처음 우승했다. “그동안 유명 코치들 찾아다니며 많은 걸 배우려고 노력하다가 정작 내 것을 다 잃어버렸던 것 같다”고 했다. 지난겨울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훈련, 손을 쓰기보다 몸 회전을 중시하는 훈련에 집중했다. 지난 2월 피닉스 오픈에서 준우승해 투어 데뷔 후 최고 성적을 냈지만, 이후 석 달 동안 퍼트가 흔들려 부진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말렛형 퍼터를 캘러웨이 일자형 퍼터로 교체한 것이 우승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이경훈이 스스로 내세우는 장점은 침착함이다. 화낼 일이 생겨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잘 달랜다고 한다. 그를 굳건히 붙들어주는 아내 유주연씨가 2018년부터 투어에 동행해왔다. “둘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함께 노력하다 보니 더 큰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한다. 이날 우승을 확정짓고 나서 이경훈은 18번 홀 그린 뒤에서 기다리던 만삭의 아내를 끌어안고 기뻐했다. 첫딸 축복이(태명)가 두 달 뒤 태어날 예정이다.

그의 세계 랭킹은 137위에서 59위로 뛰어올랐다. 바로 다음 주 열리는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 마지막 출전권도 따냈다. 원래는 대기 3번이었다. 이경훈은 “축복이가 우리에게 온 뒤로 좋은 일들이 정말 많이 생겼다. 진짜 큰 선물이다”라며 “이 모든 게 믿어지지 않는다.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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