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378] 바미안 대불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2021. 5. 1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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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미안 대불, 600년경, 높이 55m, 아프가니스탄 바미안 소재, 2001년 소실.

지금부터 20년 전인 2001년 3월, 당시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하던 이슬람 무장 세력 탈레반은 바미안 대불을 보란 듯 폭파했다. 천 년 이상 한자리에 서있던 높이 55m의 서대불(西大佛·사진)과 그보다 약간 작은 동대불(東大佛)은 며칠 동안 탈레반이 퍼부은 포탄과 다이너마이트에 흙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유라시아 대륙 한가운데 있는 아프가니스탄은 고대부터 동서양 문명이 교차하는 길목이었다. 수도 카불에서 130㎞ 떨어진 바미안 계곡, 힌두쿠시 산맥의 고원 암벽을 파낸 자리에 있던 대불은 불교가 전성기를 누리던 기원후 600년을 전후로 조성됐다. 주위에는 이 외에도 크고 작은 석굴 750여 곳이 있어 승려와 불자들이 머물며 수도를 했다고도 한다. 당나라의 현장도 신라의 혜초도 모두 인도로 가는 여정에 이곳을 지나며 대불을 목도했다. 당시 세계 최대였을 뿐 아니라 화려한 채색에 금은보화로 뒤덮여 그 장엄함이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10세기 이후 이 지역은 줄곧 이슬람 지배 아래 있었다. 탈레반이 대불을 폭파하겠노라 공언할 때도 이슬람 교리에 따라 이교도의 우상을 파괴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굶주리는 사람들은 거들떠보지 않고 오직 ‘문화유산’으로서 대불을 보존한다며 돈을 대는 서방 세계에 대한 복수라고도 했다. 믿지 않는 자들에게는 불상(佛像)도 한갓 돌덩어리일 뿐이라는 그들의 주장이 역설적으로 부처의 가르침처럼 들린다. 대불이 파괴되고 윤곽만 남은 텅 빈 감실(龕室)은 허망하기 짝이 없지만, 상이 사라진 허공에서도 부처님 말씀은 여전히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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