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AD카드가 뭐길래.. '코치 드림팀' 女배구 속앓이

양지혜 기자 2021. 5. 1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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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카운트다운 D-66]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AD카드(Accreditation Card)’ 발급을 대폭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종목마다 비상이 걸렸다. 대회 출입증인 AD카드 없이는 일본 입국조차 어렵다. 선수가 제일 많은 야구(24명)와 축구(18명)조차 감독·코치 1~2명만 받게 될 처지다. 더욱 속이 타는 종목은 여자배구다. ‘런던의 한(恨)’을 도쿄에서 반드시 풀겠다는 일념으로 코치진을 초호화 외국인 사단으로 꾸렸는데, 자칫 AD카드가 모자라 이들의 월드클래스 노하우를 날려버릴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2020년 1월 태국서 열린 도쿄올림픽 최종 예선 당시 김연경(왼쪽부터),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세자르 에르난데스 코치. /FIVB

◇ “모처럼 코치 드림팀 꾸렸는데...”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엔 외국인 코치진이 4명 포진해있다. 앞서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이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축구대표팀을 지휘했지만, 대표팀 주요 코치진이 외국인으로 꾸려진 것은 이번 여자배구가 처음이다.

스테파노 라바리니(42·이탈리아) 감독은 브라질 리그 4관왕 경력의 명장이고, 세자르 에르난데스(44·스페인) 코치는 여자배구 최고 명문 구단인 터키 바키프방크 기술코치다. 마시모 메라치(46·이탈리아) 체력 트레이너는 남자배구 최강인 이탈리아 루베 치비타노바에서 선수들을 지도했다. 안드레아 비아시올리(32·이탈리아) 전력분석관은 고교 때 배구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었던 밀라노 공대 출신 엔지니어다. 다들 내로라하는 국제 배구계 인사들인데 라바리니 감독 휘하에 흔쾌히 모였다. “김연경이 있는 한국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12명이 출전하는 여자배구 대표팀은 2012년 런던과 2016 리우 올림픽 모두 경기 임원 AD카드를 3장(감독·코치·전력분석)만 받았다. 런던 때는 볼 트레이너와 의무 트레이너를 현지에 파견하고도 AD카드가 없어 선수단과 못 만났다. 코치진이 영어 보디랭귀지로 일정과 교통편을 챙겼고 선수들은 변변한 치료도 없이 하루씩 걸러 8경기를 치렀다. 주포 김연경은 무릎 연골을 다쳤는데 테이핑만 하고 계속 뛰었다. 지쳐버린 선수들은 결국 일본과의 3·4위전에서 세트스코어 0대3으로 완패했다. 리우 때도 상황은 비슷했고 결과는 8강 탈락이었다.

◇해외 관중 안 받아 AD 없으면 출입 금지

도쿄 올림픽은 해외 관중을 아예 안 받기 때문에 AD카드가 없으면 입장권을 사서 들어갈 수도 없다. 이번엔 ‘TAP’(훈련장 출입 허가증) 카드가 새로 나와 코치들이 선수와 연습은 같이하도록 허용할 방침인데, 정작 실전 땐 코트를 밟지 못하고 TV로 경기를 봐야 해 효과가 반감된다. 라바리니 감독은 “코치진이 없으면 경기 준비에 큰 차질이 생기기에 걱정이 크다”고 했다. 지난해 태국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대표팀은 대회 내내 비아시올리 전력관이 전 경기를 영상으로 찍고 에르난데스 코치와 밤샘 전력 분석을 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선수단과 미팅에서 그 분석을 토대로 전술 요점만 전달하는 식으로 진행해 전승으로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대한배구협회 관계자는 “이번에 라바리니 감독과 통역, 에르난데스 코치, 비아시올리 전력분석관 등 네 명은 꼭 AD카드를 받게 하고 싶다”면서 “각 종목 사정이 있겠지만, 여자배구는 도쿄가 ‘김연경의 마지막 올림픽’이라 어느 때보다도 특별하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AD카드 배분 방식은 복잡하다. 무조건 AD카드를 많이 쓰게 되는 종목도 있고, 메달이 유력해서 넉넉히 지원받는 종목도 있다. 가령 골프는 선수 1명에 전담 캐디 1명이 필수적이라 선수 규모에 비해 AD카드 발급이 많다. 대한체육회는 6월 말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열어 종목별 AD 배분을 확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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