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물 전문 잭 스나이더의 신작.. 좀비 영화에 녹아있는 낯선 부성애
잭 스나이더(55)는 배트맨·수퍼맨·원더우먼 같은 영웅들이 총출동하는 ‘저스티스 리그’ 시리즈의 연출로 잘 알려진 감독. ‘새벽의 저주’ ’300′ 같은 영화들로도 친숙하다. 21일 넷플릭스를 통해서 선보이는 그의 신작 ‘아미 오브 더 데드(Army of the Dead)’도 공개 이전부터 여러 이유로 화제를 모았다.
우선 그가 ‘저스티스 리그’ 시리즈에서 하차한 뒤 처음으로 연출한 영화라는 점. 2004년 장편 데뷔작 ‘새벽의 저주’ 이후 17년 만에 좀비 영화로 돌아온 작품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연출·제작·시나리오 작가로 활약하는 그가 촬영까지 직접 맡았다. 하지만 스스로 카메라를 잡다 보니 긴박한 편집의 묘미가 줄어들고 다소 호흡이 느슨해지는 아쉬움은 남는다.
죽지 않고 되살아난 좀비들이 환락과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점령한다는 설정은 ‘몰락 이후(post apocalypse)’를 다룬 여느 공포 영화들과 흡사하다. 살아남은 인간들이 폐허가 된 도시의 지하 금고에 있는 2억달러의 거금을 손에 넣기 위해 잠입한다는 설정은 지난해 한국 영화 ‘반도’와도 묘하게 닮았다. 좀비 퇴치를 위한 최후의 방편으로 핵 무기 사용을 검토한다는 스나이더의 짓궂은 악취미도 여전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영화는 감독의 전작들을 조각조각 이어 붙인 모자이크와도 같다. 좀비 영화라는 얼개는 ‘새벽의 저주’와 다르지 않고, 인간도 괴물들만큼 사악할 수 있다는 비관론적 세계관은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정서다.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배경 음악은 ‘저스티스 리그’를 연상시킨다. 이번 영화에서도 1960년대 도어스의 암울한 록 음악부터 1980년대 컬처클럽의 경쾌한 팝송, 바그너의 오페라까지 다양한 장르를 적재적소에 녹여 넣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참신함보다는 기시감이 두드러지는 작품. 하지만 차별점도 있다. 우선 “당신이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에요. 더 똑똑하고 더 빠르고 조직화됐어요”라는 대사처럼 영화의 좀비들은 더 이상 아둔하거나 느려터진 존재가 아니다. 고도화된 지능과 힘을 지닌 ‘알파 좀비’로 진화했다. 좀비들의 왕국은 왕 제우스와 왕비 아테나 등 위계 질서까지 갖추고 있다.
하지만 통쾌한 복수를 기대했다면, 후반부에 두드러지는 주인공 부녀(父女)의 따스한 온정이 조금은 낯설지도 모른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출연했던 프로레슬러 출신 배우 데이브 바티스타(52)가 아버지 스콧 역을 맡았다. 이 설정에는 스나이더 감독의 비극적 가족사가 담겨 있다.
2017년 ‘저스티스 리그’ 후반 작업 당시 딸 어텀이 세상을 떠나자, 연출을 맡았던 스나이더는 중도 하차했다. 그는 최근 영상 간담회에서 “아이들은 누구보다 나를 아프게 할 수 있지만, 동시에 고통을 잊을 수 있는 행복도 준다. 삶의 부침을 아이들을 통해서 느끼고 그런 점을 영화에 녹여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감독 자신의 ‘가족 영화’인 셈이다. 전반적으로 범작(凡作)에 가깝지만 도무지 미워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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