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콘텐츠, 만든 사람이 합당한 수익을 받게 하라

최성진 서울과기대 전자IT미디어공학과 교수 2021. 5. 1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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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전성시대다.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한국 영화사의 새 장을 연 영화 ‘기생충’부터 전 세계 음악 팬을 홀린 K팝 스타 ‘BTS’, 일본과 동남아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 영국 BBC 등 해외 유력 매체에서도 호평받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까지 한국 문화 소프트웨어의 글로벌 시장 진격은 거침이 없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우수한 K콘텐츠를 쏟아낼 수 있는 것은 두 톱니바퀴 덕분이다. 드라마·예능·영화·음악 등을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콘텐츠 회사와 이를 실어 나르는 플랫폼 회사다. 콘텐츠사와 플랫폼사는 서로에게 필수 불가결한 존재다. 콘텐츠가 재미없다면 아무리 좋은 플랫폼이 있어도 손님을 끌 수 없다. 거꾸로 콘텐츠가 좋아도 이를 내다 팔 시장, 플랫폼이 없다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하지만 콘텐츠사와 플랫폼사의 관계가 늘 좋을 수만은 없다. 둘은 소비자가 지불한 이용료를 나눠 가져야 하는 사이다. 플랫폼사는 공동의 노력으로 벌어들인 수입 중 콘텐츠사에 지급하는 대가인 콘텐츠 사용료를 줄여야 자기 몫이 커진다. 콘텐츠사는 잘 팔리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투자 재원이 될 콘텐츠 사용료를 잘 받는 게 선결 과제다.

K콘텐츠 산업이 커지면서 콘텐츠사와 플랫폼사가 계속 갈등을 빚고 있다. 음악 산업만 해도 음원 사용료 문제는 오랜 기간 뜨거운 감자였다. 가수와 작곡가 등 음원 권리자들은 음악 플랫폼이 과도한 몫을 챙긴다며 창작물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달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해왔다. 그 결과 문화체육관광부는 음원 징수 규정을 개정해 전체 매출의 60% 수준이던 플랫폼의 몫을 2013년에는 40%, 2019년에는 35%로 낮추었다.

영화 업계도 2013년 한바탕 줄다리기를 거쳐 극장 티켓 판매 수입을 배급사와 극장이 나누는 비율을 조정했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낸 금액의 50%를 극장이 가져갔지만, 논의 끝에 극장 몫을 한국 영화의 경우 45%로 낮추기로 했다. 이런 흐름은 최근 수년간 급성장한 웹툰 업계나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이 시장들에서 콘텐츠 제공자는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 50~70%가량을 챙겨간다. 잘 팔리는 콘텐츠를 제작한 이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지탱하는 근간이라는 공감대가 생겨난 결과다.

그러나 전체 엔터테인먼트 산업 중 가장 시장 규모가 큰 방송 업계는 이 같은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 소비자가 실시간 채널 수백 개를 보려고 지불한 유료 방송 요금 중 프로그램을 공급한 각 콘텐츠사에 주어지는 금액은 2019년 기준 32.8% 수준이다. 음악 산업과 비교하면 전체 매출에서 콘텐츠사의 몫은 절반밖에 안 되는 셈이다.

종종 논란이 되는 드라마와 예능 속 광고·협찬 문제도 불합리한 수익 배분 구조에서 비롯한 측면이 크다. 플랫폼사에서 콘텐츠 투자 금액의 3분의 1밖에 받지 못한 콘텐츠사로서는 나머지 제작비 충당을 광고와 협찬, 프로그램 판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형편이 어렵다 보니 눈살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이는 미국 방송사들이 제작비의 대부분을 유료 방송 플랫폼들에서 받는 콘텐츠 사용료로 충당하는 것과 확연히 비교된다.

K드라마가 물꼬를 튼 방송 한류가 ‘한여름 밤의 꿈’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콘텐츠가 꾸준히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음악·영화 등 다른 콘텐츠 산업처럼 방송 산업의 수익 구조 배분 비율이 바뀌어야 한다. 유료 방송 플랫폼사도 콘텐츠 사용료 인상을 전체 사업의 파이를 키우는 투자로 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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