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최저임금 많이 올랐나' 따져보자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2021. 5. 1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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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바이든 대통령이 미 연방정부 계약직 노동자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했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최저임금을 올렸다. 10년 전 글로벌 경제위기 때도 국제적인 최저임금 인상 붐이 있었다. 경제위기로 노동자의 삶이 붕괴하고, 경제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이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국민의 주머니를 채울 필요도 있다. 백신 접종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증가하고 일터로 다시 출근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의 노동력 수요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반면 한국에선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동결과 인하 이야기가 솔솔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저임금 1만원을 포기했다. 한 번 따져보자.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첫째, 최저임금은 많이 올랐나? 2017년 6470원이던 최저임금은, 올해 8720원으로 매년 약 560원 올랐다. 물가를 고려하면 동결에 가깝다. 2013년 최저임금이 4860원이었으니 2017년까지 매년 약 450원 올랐다. 박근혜 정부보다 100원 많은 게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이다.

둘째, 복잡한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제도가 훼손됐다. 산입범위라는 말 자체가 어렵다. 사용자가 식대 10만원, 보너스 30만원, 기본급 180만원을 매달 준다고 가정해보자. 기본급만 보면 올해 월 최저임금 약 182만원을 위반했다. 이 때문에 매년 일정 비율의 금액을 최저임금 계산 때 반영한다. 올해는 월 최저임금의 3%인 5만4674원을 초과하는 식대와, 월 최저임금의 15%인 27만3372원을 초과한 상여금을 최저임금 계산 때 더해준다. 위의 예로 계산하면, 약 187만원을 지급했으니 최저임금 위반이 아니다. 노동자들은 자신이 법적으로 정당한 월급을 받는지 계산하기 어려워졌다. 최저임금의 피해자로 소환되는 영세자영업자는 애초에 식대와 상여금을 주지 않아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도 없다. 임금 삭감도 가능하다. 위의 예에서 기본급을 4만원 삭감해도 산입범위 계산에 따라 최저임금 위반이 아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제도는 노동현장에서 노동자의 임금을 강탈하는 데 악용된다. 주휴수당 폐지 주장이 위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휴수당을 폐지하고 최저임금액과 유급휴가를 늘리면 아름다운 제도가 완성되지만, 현실의 권력관계 때문에 주휴수당만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최저임금은 실업급여와 각종 정부지원금 등 일터 밖 소득의 기준이다. 사고가 난 라이더들은 최저임금으로 지급되는 산재휴업급여를 포기하고 깁스를 한 채 배달한다. 최저임금이 낮아 복지급여의 소득대체율이 낮으면 실질적 안전망 효과가 약화된다.

넷째, 임금이 낮으면 위험한 투기소득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출렁이는 코인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막으려면 훈계만으로 부족하다. 땀 흘려 일하면 충분한 소득을 보장받고, 정직하게 세금을 내면 투자보다 확실한 복지혜택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정부가 줘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매년 작성하는 비혼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는 2019년 기준 218만4538원이다. 박근혜 정부보다 100원 많은 최저임금으로는 채울 수 없는 간극이다. 6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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