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한강물 아니면 한강뷰
‘인생은 한강물 아니면 한강뷰’라는 말을 아십니까?
90년대생 논객으로 최근 ‘K-를 생각한다'(사이드웨이)라는 책을 낸 임명묵(27)씨가 Books와의 인터뷰에서 “기성세대가 90년대생을 이해하려면?”이라는 질문에 이런 답을 했습니다.
“이들이 소비하는 콘텐츠를 보면 좋겠다. ‘인생은 한강물 아니면 한강뷰’라는 말이 있다. 서울대생이나 고졸 친구나 한탕주의가 깔린 웹소설, 웹툰 콘텐츠를 소비한다. 콘텐츠에서 ‘신분 상승’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전생’ ‘타임슬립’ 등을 통해 미래 정보를 알고 몇 배의 돈을 버는 이야기 구조다.”
전재산을 코인이나 주식에 쏟아부어 ‘한 탕'에 성공해 한강뷰 아파트에 살거나, 아니면 쫄딱 망해 한강물에 뛰어들거나… 인생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이 말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씁쓸하고 서글펐습니다. ‘90년대생이 온다'를 비롯해 90년대생에 대한 책도 담론도 많지만 기성새대는 정작 진짜 90년대생의 말엔 잘 귀기울이지 않죠. 양지호 기자의 임명묵씨 인터뷰 읽어보시죠.
“90년대생은 부모 신분·자산이 대물림 된 첫 세대”
누군가의 체취 때문에 그 사람을 좋아하거나 싫어해본 적 있습니까? ‘냄새의 심리학’(북라이프)을 쓴 독일 심리학자 베티나 파우제는 “코는 중요한 피임 도구이기도 하다. 유전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2세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편하지 않은 냄새를 풍긴다. 코가 알아서 걸러주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사람과의 사이에서 자손을 낳을 확률은 아주 낮다”고 말합니다. 책에 따르면 친구가 되는 사람들은 친구가 아닌 사람들에 비해 후각세포 유전자가 비슷하다고 하네요. 비슷한 후각세계를 공유하고 비슷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사람들이 ‘친구’라고 합니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냄새에 집중하라
“내가 그의 이름을 지어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일촌이 되었다.”
30대 후반 직장인 박선희씨가 싸이월드에서 쌓은 우정과 연대의 경험을 회고한 ‘아무튼, 싸이월드’(제철소)의 부제입니다. 김춘수 시 ‘꽃’의 명구를 패러디한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잊고 있었던 추억이 밀려왔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을 풍미하며 ‘1인 1 미니홈피 시대’를 열었던 한국형 소셜미디어의 ‘시조새’ 싸이월드의 차별점은 바로 ‘일촌’이었지요. 무색무취하고 무감정한 페이스북의 ‘친구’나 트위터의 ‘팔로어’와는 달리, 이름을 지어주어야만 ‘일촌 공개’의 내밀한 게시물을 읽을 수 있는 긴밀한 사이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 다정한 번거로움을 감내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관계의 척도이기도 했습니다. ‘일촌’들에게는 거리낌없이 속을 내보이다가도 막상 자녀의 근황이 궁금한 ‘진짜 일촌’이 나타나 일촌 신청을 하면 미니홈피를 잠정폐쇄하는 사람들이 왕왕 있었다는 것이 그 세계의 역설이기도 했고요.
미니홈피에도 이름을 지어주고 게시물에 제목을 다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한 알에 100원짜리 도토리 다섯 알이면 미니홈피 배경음악을 살 수 있었죠. 친구의 미니홈피 배경음악이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라든가 하림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로 바뀌면 ‘이 자식, 또 헤어졌구나’ 미루어 짐작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애써 찾아가지 않아도 ‘친구’의 게시물을 몽땅 보여주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이 간편하지만 부박하다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여러 일촌 중 한 이름을 굳이 클릭해 그가 공들여 구축한 세계에 정중히 입장하던 싸이월드 시대의 섬세한 관계 맺음, 관심과 성의가 그립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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