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55] 마음을 다독이는 키워드, '연결'과 '공간'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1. 5. 18. 00: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는 스트레스 받지 않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스트레스로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하면 정신과 의사라고 별수 없다. 이번의 강력한 코로나19 대유행 스트레스는 인종, 문화를 넘어 스트레스에 딱히 장사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최근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관심이 더 높고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구성원들의 마음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이다.

팬데믹, 비대면 시대에 마음 관리 관련 키워드를 둘 꼽아 본다면 ‘연결’과 ‘공간’이다. 몸이 지쳐 힘든 경우는 누워서 쉬면 회복된다. 그러나 마음이 지쳐 번아웃이 찾아왔을 때는 종일 누워있어도 마음이 더 깊숙이 아래로 꺼져 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경우가 있다.

방전된 스마트폰은 침대에서 쉬게 하는 게 아니라 충전기를 연결해야 재충전할 수 있다. 우리 마음도 에너지와 연결하는 충전 활동을 해야 회복된다. 마음이 좋아하는 대표적 에너지원으로 ‘사람’ 그리고 ‘자연’과 ‘문화’를 꼽는다.

상대방이 나를 공감해 주는 따뜻한 마음이 내 지친 마음과 연결될 때 긍정 에너지가 재충전될 수 있다. 산책을 하다 하늘을 보며 하늘과 나를 연결할 때, 좋은 음악이나 그림 또는 독서를 즐기며 내 마음을 연결할 때 삶의 무거움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자연, 문화 콘텐트와 연결할 때 마음에 공간이 확보되면서 그 안에 새로운 힘이 차오르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주로 공간을 좁히는 훈련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외부에서 스트레스 자극이 오면 빠르게 반응하는 것 또는 내 현재 삶에 주인공으로 깊게 몰입하는 데 집중해 왔다. 하루 30분이라도 사람, 자연, 문화와 연결해 스트레스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을 만든다면, 또는 주인공이 아닌 관찰자로 나를 바라볼 때 생기는 공간을 확보한다면, 그 공간에서 쉼을 얻을 수 있다. 요즘 마음 관리에서 활용되는 마음 챙김(mindfulness)이나 메타뷰(meta-view)도 그런 공간을 확보해주는 기법이다.

사람, 자연, 문화와 연결해 보려 하는데 불안만 늘고 잘 즐기질 못하겠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마음 안의 ‘스트레스 공장’과 ‘충전 공장’이 경쟁 관계인 것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스트레스 공장이 꽉 잡고 있었던 마음이란 시장에 충전 공장이 진입하면 제 몫을 놓치기 싫은 스트레스 공장이 불안감을 키워 진입 장벽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그 초기 불안을 극복하려면, 연결과 공간 확보를 통해 충전 경험을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