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쌓여가는 것은 책뿐이었을까

남상훈 2021. 5. 1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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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쌓여간다.

가져가야 할 것들과 두고 가야 할 것들을 무심하게 분류하다 든 의문 쌓여가는 것은 책뿐이었을까? 뒤돌아선 돼지 저금통의 꼬리에서 잘려나간 지우개의 절벽에서 매달려 지친 시간이 고민 중이다.

책장뿐만이 아니라 방바닥까지 쌓여있는 책.

내 것이 아닌 것들에게 많은 날을 소비하고 나면 내 시간은 녹슬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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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훈
책이 쌓여간다.
몇 권의 수학책이 펼쳐진 채 겹쳐져
서로의 몸을 합산하고 있다.
돌려줘야 할 시집이, 읽어야 할 시집들이
번호를 각인한 제목을 품고 있다.
수북이 쌓인 흰 용지들이 재활용과
폐기의 수순을 기다리는 동안
속셈을 다 잃은 볼펜은 나뒹굴고
서로 다른 기울기로 누운 한 뼘 자들은
기하학적 각도를 꿈꾼다.
무엇부터 치워야 할까.
치운다는 건 끝이 났다는 뜻이다.
잠시 내게서 자리를 비우라는 뜻이다.
내 것이 아닌 것들에게 너무 많은 날들을 종사했다.
가져가야 할 것들과 두고 가야 할 것들을
무심하게 분류하다 든 의문
쌓여가는 것은 책뿐이었을까?
뒤돌아선 돼지 저금통의 꼬리에서
잘려나간 지우개의 절벽에서
매달려 지친 시간이 고민 중이다.
날마다 쌓여가는 책,

계절이 바뀔 때마다 넘쳐나는 옷과 신발들.

주방에 그릇과 찻잔들은 왜 그리 많은지,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많은 걸 버렸는데 1년이 채 지나자마자

책과 옷들, 가재도구가 넘쳐납니다.

책장뿐만이 아니라 방바닥까지 쌓여있는 책.

읽어야 할 문예지며, 시집들이 눈에 띕니다.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무엇을 버려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잘려 나간 글에 매달려 애태우며 지내다

내 것이 아닌 것들에게 많은 날을 소비하고 나면 내 시간은 녹슬고 맙니다.

인생의 끝에서 가져가야 할 것들과 두고 가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요?

박미산 시인, 그림=림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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