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식의세계속으로] 코로나와 부동산, 선진국 탈도심 현상

남상훈 2021. 5. 17.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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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부동산 시장이 코로나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부동산 폭락으로 촉발된 2008년의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2010년대의 트렌드는 도심을 향한 이동이었다.

넓은 주거공간을 찾아 도심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동은 일시적인 현상일까.

일례로 많은 기업은 부동산이 비싼 도심에 사무실을 유지하지 않고서도 재택 근무를 활용하는 방식을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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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학습 일상화에 넓은 주택 찾아
메가시티 아닌 소도시 시대 열릴 가능성
선진국 부동산 시장이 코로나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년 넘게 반복되면서 사람들의 습관과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인구가 밀집된 도심을 떠나 교외로 향하는 행렬이 늘어났고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를 선호하게 되었다는 점이 미국과 유럽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변화다. 특히 뉴욕, 런던, 파리 등 국제적 대도시에서 넓은 주거공간을 찾아 떠나는 탈(脫)도심 현상이 주목된다.

부동산 폭락으로 촉발된 2008년의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2010년대의 트렌드는 도심을 향한 이동이었다. 가장 확실한 투자 가치는 역시 국제적 대도시의 중심에 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 결과 북미와 유럽 주요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지난 10여 년간 급속하게 뛰어올랐다. 하지만 코로나는 단숨에 이런 경향을 뒤집어 놓았다.

코로나 시대의 주택은 잠자는 공간이 아니라 어른이 일하는 사무실이며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이 되었다. 전국적 봉쇄가 장기간 유지되면서 자택 근무와 학습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이다. 아침이 되면 각자의 직장이나 학교로 흩어져 생활하던 대도시 주민들이 갑자기 종일 한지붕 아래서 공존해야 한다. 넓은 공간에 대한 필요는 그만큼 절실해졌다. 교외로, 지방으로 공간을 찾아 많은 가정이 이동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전통적으로 청년층은 대도시를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계층이다. 런던과 파리를 비롯해 유럽의 대도시들은 특히 대학생이 밀집되는 지역이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 비대면 강의가 대세로 부상하면서 대학생들은 지방이나 외국의 부모 집으로 돌아갔다.

또 코로나 위기로 국제 관광객들이 대폭 줄어들면서 미국과 유럽의 대도시들은 텅 빈 신세가 되었다. 에어비앤비 등을 통해 단기임대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던 부동산 투자가들은 이제 빈집을 채우느라 고생이라는 소식이다.

이런 변화로 지난해 미국의 부동산 가격은 전반적으로 상승했으나 뉴욕 맨해튼은 4%나 떨어졌다. 파리도 작년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장기적인 부동산 가치 상승 트렌드가 한풀 꺾였다. 또 런던의 인구는 지난 1년 동안 8%나 줄었다. 넓은 주거공간을 찾아 도심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동은 일시적인 현상일까. 아니면 보다 구조적인 트렌드일까.

최근에는 유럽과 미국에서 광범위하고 신속한 백신 접종 정책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국제 관광객은 삶이 정상화되면서 빠르게 도심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의 경험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일례로 많은 기업은 부동산이 비싼 도심에 사무실을 유지하지 않고서도 재택 근무를 활용하는 방식을 체험했다. 대학도 도심의 캠퍼스에서 벗어나 원격 교육을 활용하는 능력을 키웠다. 엄청난 비용 절감의 효과를 학습한 셈이다.

거대한 대도시는 현대 문명의 아이콘이다. 도심을 가득 메운 촘촘한 건물과 마천루는 자본주의의 바벨탑이다. 19세기의 파리와 런던, 그리고 20세기의 뉴욕은 이처럼 세계 문명의 첨단을 달리는 상징이었다. 2020년대가 시작하면서 코로나가 가져온 변화가 이런 문명사의 단절을 알리는 신호가 될지 자못 궁금하다. 메가시티의 밀도를 풀어주는 자연 친화적 소도시의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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