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인 것처럼 위장.. 단속 피해 이리저리 '메뚜기 영업' [불법사금융 내몰리는 저신용자들]
개정 대부업법 시행 앞서 불법 기승
국내 포털은 규정 마련해 차단 노력
해외·SNS 등선 금융기관 사칭 허다
정식 업체 등록 뒤 불법사금융 연결
사이트 옮겨다니며 단기 영업 치중
퍼즐게임 등 아동 이용물까지 침투
오는 7월 법정 최고금리 인하(24%→20%)를 앞두고 불법대부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한창이다. 인터넷 환경뿐 아니라 비대면 영업이 활성화하면서 더 쉽고 효과적으로 대출모집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중되는 경제난에 한숨 짓는 서민들이 불법대부업체들에게는 먹잇감이 되기 싶다. 전문가들은 교묘히 금융기관이나 정부, 공공기관을 위장하는 불법 대출업체를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1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불법사금융광고 27만2000건을 적발해 이 중 전화번호 6663건에 대해 이용중지하도록 조치했다. 이는 코로나19 상황 속에 정부 재난지원금 지급, 서민금융지원 등이 이어지는 것에 편승하는 불법사금융과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2019년 한 해 동안 적발된 건수가 22만399건(전화번호 1만3244건 이용중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앞두고 대환 대출 등 금융상품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는 부분도 있지만, 불법사금융 업체 입장에서는 대부업법이 개정되며 6%를 초과하는 이자를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법 시행 이전에 영업실적을 최대한 내려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넘쳐나는 불법 대출광고… 정부는 전전긍긍
과거 성폭력 범죄 등에 대해 플랫폼의 관리의무가 강화됐지만, 불법사금융의 광고 쪽은 아직 관련 규정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포털이나 인터넷 기업들의 경우 금융당국의 규제를 직접 받지도 않기 때문에 간접적으로라도 규제할 방편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고, 수많은 광고에 대해 불법 여부를 가려내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네이버나 다음 등 국내 기업의 경우 자체 광고 규정 등을 마련해 차단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광고를 내보낼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네이버의 경우 대부업법에 근거해 대부업 광고에 △상호 △대표자명 △사업자등록번호 △대부업등록번호 △소재지 △이자율 등 11가지 정보를 필수적으로 기재하도록 했다. 별도로 신고센터도 마련했다. 이러한 조치만으로도 불법광고 노출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은 사후약방문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재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조치를 마무리하기도 전에 신종 수법이 유행하기 때문이다.
우선 정식 대부광고로 등록한 뒤 불법사금융과 연계하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대부광고들을 살펴보면 업체의 광고도 있지만 모집인 광고도 있다. 등록번호 등을 게재해 믿고 전화를 하면 정작 상담사가 “신용점수가 낮아 대출이 불가능하다”며 불법사금융업체와 연계하는 방식이다. 대출을 원하는 입장에서는 상담사의 말만 믿었다가 불법업체에 그대로 낚이게 된다.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자들의 금융 이용과 상담 등 지원을 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서민금융진흥원이 있다. 서금원은 정책서민금융상품을 운영하면서 상담을 통해 가능한 최저 금융상품을 연계하고, 신용·부채 관리에 대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렇게 저신용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제공하다 보니 불법대부업체들에게는 사칭하기 좋은 표적이 된다. 서금원과 함께 대출광고를 접할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을 살펴봤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주요 포털 및 검색엔진에서조차 서금원을 검색하면 불법광고가 섞인 수많은 광고 이후 밑단으로 순위가 밀려 있었다. 포털들의 자정 노력으로 인해 최근에는 개선됐지만, 서금원이 아닌 대출 키워드들을 입력할 경우 여전히 불법광고들이 한 푼이 아쉬운 서민들을 유혹한다.
정부기관이 아니더라도 앞에 시중은행의 이름을 내걸고 뒤에 상담센터나 지원센터 등을 붙여 신뢰도 높은 금융회사인 것처럼 위장하는 경우도 있다. 우선 대부업 등록번호 및 사업자 등록번호, 상호명 등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이 규정한 기준을 잘 지켰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업 등록번호 대신 대부금융협회나 저축은행중앙회 등 다른 기관 및 협회 등록번호를 내거는 경우도 있다. 신뢰도를 주기 위해 여러 기관에 등록된 업체임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대부업 등록번호다. 대부업 등록번호 없이 다른 등록번호만 기재했다면 법적 기준 미달이다. 업체 외에 대출모집인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나 협회 등에 등록돼 관리되기 때문에 이 경우 해당 기관의 등록번호를 제시한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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