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의 타짜 다운 '비정석' 희생번트 [스경X승부처]

인천|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2021. 5. 17.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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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형 감독 '희생번트' 인색
17일 SSG전 희생번트 두 차례 시도
1점 둘러싼 싸움서 심리적 압박 카드
상대 실책 이어진 끝에 대량 득점 성공

[스포츠경향]

두산 김태형 감독 | 연합뉴스


두산 김태형 감독은 ‘희생번트’에 인색한 스타일이다. 지난해 두산이 성공한 희생번트는 모두 38개로 리그 10개 구단 중 제일 적었다. 롯데 허문회 감독이 39개로 9위였다.

두산은 지난 겨울 최주환와 오재일이 모두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서 라인업이 헐거워졌다. 그래도 희생번트는 잘 대지 않는다. 두산은 17일 문학 SSG와의 경기 전까지 희생번트 숫자가 9개였다. 롯데 8개, 키움 7개 순이다. 리그에서 여전히 희생번트를 잘 대지 않는 감독이다.

17일 경기에서는 조금 달랐다. 희생번트 작전이 두 차례나 나왔다. 그 중 한 번이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정석’과는 조금 다른 변칙에 가까운 플레이였다.

두산은 2회 선두타자 김재환의 좌월 솔로 홈런으로 앞서나갔다. 1-0으로 앞선 4회초 선두타자 양석환이 볼넷을 골라나가며 기회를 잡았다. SSG 선발 오원석과 두산 선발 최원준이 호투를 이어가던 중이었다.

무사 1루, 6번 김인태 타석 때 두산 벤치에서 희생번트 작전이 나왔다. 김인태가 타격감이 좋아 정수빈 대신 선발 출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선택이었다. 7번 강승호(OPS 0.705), 8번 김재호(OPS 0.628)를 고려하면 득점 기회를 크게 높인다고 보기 어려웠다.

대신, ‘1점’에 대한 기싸움을 펼칠 수는 있다. 팽팽한 흐름 속 한 점을 먼저 따느냐, 막느냐는 중반 이후 경기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 게다가 이날 치러진 월요일 경기는 7연전의 첫 경기였다. ‘1점 기싸움’에서 두산이 이겼다. 강승호의 타구는 평범한 유격수 땅볼이었지만 SSG 유격수 박성한이 한 번 더듬는 바람에 1사 1·2루가 됐다. 노련한 김재호가 볼넷을 골라 1사 만루가 됐고, 9번 장승현이 1루 파울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2사 만루 기회가 1번 허경민(OPS 0.858)까지 이어졌다. 허경민이 중전 안타로 주자 2명을 불러들였고, 중계 과정에서 포수 이재원의 2루 송구가 빠지면서 김재호까지 홈을 밟았다.

하위 타순에서의 희생번트는 ‘확률’상으로는 의외의 카드지만 ‘1점’을 둘러싼 심리전에서는 압박 카드로 통했다.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이 탁월한 김태형 감독의 ‘타짜’ 다운 선택이었다.

두산은 5-1로 앞선 7회에도 양석환이 볼넷을 고르자 김인태에게 또다시 희생번트 작전을 냈다. 이번에는 달려 들어온 3루수 최정이 잡아 2루에 던져 선행 주자를 잡아냈다. 번트는 실패했지만 김재호의 2루타가 나오면서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경기 막판 SSG의 추격을 고려하면, 7회 추가 1점의 가치는 상당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경기 뒤 “무사 1루 상황, 번트가 필요했다고 판단했다”고 짧게 이유를 전했다.

두산은 9회 강승호의 투런 홈런까지 나오면서 8-3으로 이겼다. 두산 선발 최원준은 5이닝 5안타 1실점으로 시즌 4승(0패)째를 따냈다. 평균자책은 2.79로 낮아졌다. 호세 페르난데스는 4회초 오른손 새끼손가락에 사구를 맞았고 공수교대 때 교체됐다. 병원으로 이동해 X-레이 검사 결과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인천|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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