西進하는 야권.. "호남 민심 얻으면 서울 민심도 얻는다"
야권 대선주자, 국민의힘 의원과 당 지도부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잇달아 광주를 방문하며 호남 민심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광주 방문을 통해 중도 확장 기조를 이어가는 한편 ‘도로한국당’ 논란을 극복하면서 수도권 민심까지 공략하는 다목적 포석이다. 정치권에선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영남을 공략해 집권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의 ‘동진전략’을 벤치마킹하는 ‘서진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 야권의 서진전략
국민의힘 성일종 정운천 의원도 이날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주관으로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추모제에 참석했다. 유족회는 “5·18 관련법 통과에 도움을 줘서 고맙다”며 보수정당 의원으로는 최초로 두 의원을 초청했다. 유족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하는 악수”라며 환영했고, 두 의원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같이 불렀다. 정 의원은 “40년 두꺼운 벽을 넘은 것 같다”고 했고, 성 의원은 “광주정신이 더 빛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16일 5·18묘지 참배 후 “5·18의 미진한 부분의 진실이 밝혀져야 용서도 수습도 가능하다. 역사의 진실을 누구도 덮거나 사라지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7일 취임 후 첫 지방 일정으로 5·18묘지를 참배했고, 18일 공식 기념식에도 참석한다. 당 쇄신 목소리를 내고 있는 초선 그룹과 청년비대위원 등 10여 명도 10일 5·18묘지를 다녀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8일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18일 이후로 광주 방문 일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주관 5·18 기념식이 1997년 처음으로 개최된 이후 보수정당 대표는 공식 기념식에 꾸준히 참석해왔다. 그러나 보수진영 인사들이 기념식 한참 전부터 줄지어 광주를 방문하는 모습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여권에서조차 “이런 행렬은 처음 본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 “호남 민심 얻으면 서울 민심도 얻는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호남에 더 다가서면 호남뿐 아니라 서울 민심까지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 인구 중 호남 출신은 14.8%(2015년 기준)에 이른다. 출생지가 서울(47.9%)인 사람들을 제외하면 호남 출신 인구가 가장 많은 것.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5·18묘지 ‘무릎 사과’ 이후 서울의 민심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4·7 보궐선거 압승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결국 야권이 차기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도로한국당 논란’을 극복하고, 차기 대선에서 서울 민심까지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호남 공략만 한 게 없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호남은 한때 안철수 대표를 압도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느냐”며 “중도 성향의 인물을 내세운다면 호남 공략도 가능하다는 의미라서 (호남을 공략하는) 야당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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