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희생자 절반이 어린이·여성, 이스라엘 폭격은 전쟁범죄다
[경향신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8일째 이어지면서 민간인 사망 등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군사적으로 압도적인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망자는 이미 최소 197명이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92명이 여성이나 어린이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외신들이 16일 보도했다. 사망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52명이 어린이다. 반면 이스라엘의 인명 피해는 작다. 비무장한 민간인 다수를 숨지게 한 이스라엘군의 공습과 폭격은 반인도적 전쟁범죄로 당장 중지되어야 한다.
이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충돌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이스라엘에 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강점한 동예루살렘 인근에서 국제법상 금지된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는 등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종주의적 억압정책을 계속해왔다. 이번 무력충돌을 부른 하마스의 지난 10일 로켓공격도, 이스라엘 경찰이 7일 동예루살렘의 이슬람 사원에 난입해 물리력을 행사한 것에 대한 반격에서 비롯됐다. 부패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대 아랍 강경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정치적 곤경을 모면하기 위해 일부러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먼저 로켓포 공격을 한 하마스의 행동도 문제이지만, 군사적으로 압도적 우위에 있는 이스라엘의 보복공습은 정당방위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이스라엘군은 무장한 하마스의 기지로 추정된다며 무차별적으로 팔레스타인 측 민간인 거주지를 향해 공격을 퍼붓고 있다. 심지어 지난 16일에는 미국의 AP통신과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방송 등 외국 언론사들이 입주해있던 건물을 공습해 붕괴시켰다. 가자지구 참상을 보도하는 언론 보도를 막으려는 반인권적·반문명적 행태로 강력히 규탄받아 마땅하다. 가자지구의 병원은 이미 아비규환으로 의료 환경이 취약한 현지에서 부상자 치료가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된다.
문제는 중재에 나서야 할 유엔 등 국제사회가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공동성명 채택을 무산시켰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취임 일성으로 “미국이 돌아왔다”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진정성을 입증하고 싶다면 당장 외교적으로 개입해 이스라엘의 비인도적인 보복 공습을 멈추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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