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얀마도 공명한 5·18정신은 '민주 완성'과 불평등 해소다

2021. 5. 1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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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군인들의 총칼과 군홧발에 질식해가는 미얀마 군중들이 ‘희망의 등대’로 삼는 게 있다. 5·18민주화운동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지난 16일 보도도 그렇다. 현지 여론조사에서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 쿠데타 후 인상이 좋아진 나라’로 한국(89%)을 가장 많이 꼽았다고 한다. 시민 편에서 쿠데타를 규탄해 준 게 고맙고, ‘우리와 같은 일을 겪은’ 공감도 깊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선 5·18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도 ‘강추’하고 있다고 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41년 전 피로 얼룩진 광주를 보며 미얀마의 참혹한 오늘을 버티고, 한국의 2030에게는 지금 미얀마가 5·18의 산 교육장이 되고 있다.

5·18은 시민들이 불의한 국가권력에 맞선 정의롭고 숭고한 항쟁이다. 그러나 5·18과 광주는 1995년 국가가 민주화운동으로 공인할 때까지 특정 지역과 사회 일각의 ‘저항’으로 축소·왜곡됐고, 1997년 국가기념일 지정 후에도 은폐·핍박·막말이 이어졌다. 국가가 작성한 진상조사보고서도 아직 없다. ‘북한군 투입설’의 허상이 이제야 드러나고, 학살 주범 전두환에 대한 단죄가 진행 중이다. 닷새 전, 5·18진상규명조사위가 활동 1년 만에 시민 조준사격·행불자·시신을 추적할 수 있는 계엄군 200여명의 증언을 확보했다고 공개했다.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계엄군의 용기 있는 증언이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끝날 때 역사의 상처가 아물고 진실과 정의가 바로 세워진다.

17일 광주에서 열린 5·18추모제엔 정운천·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보수정당 최초로 공식 초대를 받아 참석했다. ‘5·18 단체의 국가보훈처 공법단체 승격’ 등에 힘써준 두 의원을 5·18유족회가 초대한 것이다. 2년 전 황교안 전 대표가 5·18묘역 뒷문으로 쫓겨나고 지난해 막말 파동을 일으킨 정당으로선 상전벽해와 다를 바 없다. 국민화합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진척이다. 국민의힘은 광주의 초대를 무겁게 새기고, 과거 ‘불청객’ 시절 저지른 왜곡·막말의 단절 조치나 진상규명에도 앞장서야 한다.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선 41번째 5·18 기념식이 거행된다. ‘우리들의 오월’이란 주제로 용서와 화해를 앞세우고, 지난 3월부터 이어온 미얀마 시민들과의 연대 메시지도 다시 나눈다. 세계화해가는 ‘5·18정신’을 공유하는 셈이다. 주먹밥을 나눠먹은 41년 전의 광주항쟁에는 계층·지역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평화롭게 잘 사는 대동세상의 꿈이 깃들어 있다. 누가 5·18을 기억하는가. 미얀마에선 민주·인권·연대의 이정표로, 한국에선 불평등과 차별 없는 세상이 펼쳐질 때까지 ‘광주정신’이 소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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