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앞에 서면 눈물이 왈칵.. '코로나 트라우마' 치유하다
설치미술가 박혜수 작가 '늦은 배웅'
가족과 지인들의 위로·추모글 빼곡
슬픔 속에서 아름다운 한걸음 표현
"사망자들 비닐에 싸인 채 화장터로
유족들은 제대로 된 장례도 못 치러
서로를 다독이는 시간 충분히 갖자"
거대한 쇄빙선.. 얼음 위 걷는 사람
'모든 것은 잘될 것' 10분 10초 영상
포기 않고 나아가는 숭고함 인상적
‘코로나 위험하다고 사람 많은 곳에서 일하지 말라며 걱정하시던 아버지.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건강하던 아빠가 갑자기 사라졌어.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보고 싶고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 고 최광윤(1966.6.9.~2021.4.2.)의 유가족.
‘2020년 2월 21일 청도지역 첫 확진자이자 저희 병원 첫 사망자. 당시에는 코로나에 대한 매뉴얼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로 첫 사망자이셨기 때문에 고인을 기억하고 애도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유가족도 참석하시지 못하고 전화 통화로만 입관하고 장례 없이 당일 화장하였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생략된 장례를 치르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 말로 다 표현할 길 없으나 서로서로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 신○숙(55세,여성)의 장례지도사.
‘소나기를 좋아하셨고 유난히 딸 닮은 어린 손주를 보고 싶어 하신 나의 아버지. 아빠, 여름에 손주들 영국에서 온다고 기다리셨는데 제가 미처 아빠 마음을 다 알지 못했어요. 제가 영국에서 급히 출발했지만, 아빠가 더 기다려 주실 수 없었나 봐요. 많이 보고 싶어요.’ 고 최○환(1956.1.3.~2021.3.13.)의 유가족.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최근 시작된 전시 ‘이토록 아름다운’은 전염병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추모하고 남은 사람들의 상실을 위로하기 위해 기획됐다. 강태훈, 염지혜, 박혜수, 다비드 클레르부, 휘도 판 데어 베르베 등 국내외 현대미술가 11명의 작품 50여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늦은 배웅’은 작가와 미술관, 부산일보가 함께 진행하는 코로나 사망자 애도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박혜수 작가와 함께 전시 기획을 맡은 박진희 학예연구사, 미술관을 취재하던 부산일보사의 오금아 기자가 함께 아이디어를 냈다. 부산 지역 시민들의 사연을 받아 작가는 작품을 만들었고 지역신문사는 1면과 부고란을 내놨다. 슬픔 속에서도 아름다운 한걸음 내디뎌야 하는 예술가의 의무와 저널리즘의 공적 책무가 전시에 녹았다. 지난해 코로나 발병 이후 제대로 된 장례도 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은 뒤늦게 미술관에서, 또는 지상(紙上)의 장례를 통해 그들을 추모할 수 있게 됐다.
부산=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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