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 성매매집결지 해법 도시재생안에 구체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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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대전 동구 중앙동 대전역 앞.
대전여성폭력방지상담소·시설협의회와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은 지난 13일 대전시청 앞에서 '대전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와 재생을 위한 대전시민연대'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성매매 집결지 폐쇄 없이는 도시재생도 불가능하다"며 "탈성매매 여성 지원 사업만으로 성매매 집결지가 폐쇄될 순 없다. 대전시의 도시재생 사업 계획 어디에도 집결지라는 '공간'을 폐쇄하기 위한 대안, 타 기관과의 협력 방안 등의 내용이 나와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재생 사업의 하나로 지어진 건물 바로 앞에 성매매 업소가 새로 개업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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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대전 동구 중앙동 대전역 앞. 한 여인숙 앞에 파란 플라스틱 의자를 놓고 한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근처 다른 여관, 모텔 앞에도 나이 든 여성들이 하릴없이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좁고 낡은 골목 안에 허름한 숙박업소와 슈퍼마켓, 식당, 쌀집, 세탁소, 건강원, 다방 등이 뒤섞여 있는 모습은 여느 지방도시 변두리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밤이면 동네 분위기가 바뀐다. 나이 든 여성들이 거리에 나와 남성 행인들을 상대로 호객을 하기 때문이다.
“간판 없이 쪽방에서 영업하는 성매매 업소도 많다. 이곳은 전국에서 손에 꼽히는 숙박업소 형태 성매매 집결지”(여성인권티움 손정아 상담소장)인 ‘대전 중앙동’ 낮과 밤 풍경이다.
대전시는 지난 1월 ‘중앙동 성매매 집결지 여성인권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해 변화를 예고했다. 탈성매매 여성에게 생계비·주거비 등을 지원하고, 여기에 더해 ‘대전역 일원 도시재생 뉴딜 사업’과 연계해 2025년까지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도시재생 뉴딜은 고층 아파트 일색인 재건축·재개발과 달리 지역 모습이나 특성을 유지하면서 동네를 활성화하는 사업이다.
현재 중앙동에는 성매매 업소 101곳에 150여명의 성매매 여성이 일하고 있다. 폭이 90㎝가 채 안 되는 좁은 통로에 약 3~9㎡(0.9~2.7평) 크기 작은 방들이 상당수다. 또 숙박업소등록건물 72개 가운데 55개가 30년 이상 됐을 만큼 낡았다.(대전세종연구원, ‘중앙동 성매매 집결지 실태조사’, 2020년12월)
하지만 대전 시민단체들은 도시재생 계획에 성매매 집결지를 어떻게 바꿀지 방향성과 대안이 담겨 있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한다. 서울역과 수원역 앞은 재개발이 이뤄지면서 자연스레 성매매 집결지도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도시재생 사업을 선택한 대전은 성매매 집결지라는 ‘공간’을 어떻게 할지에 관한 계획이 없다는 얘기다.
대전여성폭력방지상담소·시설협의회와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은 지난 13일 대전시청 앞에서 ‘대전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와 재생을 위한 대전시민연대’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성매매 집결지 폐쇄 없이는 도시재생도 불가능하다”며 “탈성매매 여성 지원 사업만으로 성매매 집결지가 폐쇄될 순 없다. 대전시의 도시재생 사업 계획 어디에도 집결지라는 ‘공간’을 폐쇄하기 위한 대안, 타 기관과의 협력 방안 등의 내용이 나와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재생 사업의 하나로 지어진 건물 바로 앞에 성매매 업소가 새로 개업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영민 대전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대전시는 성매매 집결지 폐쇄와 도시재생을 위해 필요한 경찰 단속, 환경 개선, 공동체 복원, 성매매 여성 자활 지원 등 관련 분야 협력이 가능하도록 시장 직속 전담팀(TF)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경희 대전시 성인지정책담당관은 “시민연대 쪽의 의견이 큰 틀에서 잘못된 내용은 아니라고 도시재생과 쪽에 전달했다. 도시재생 관련 계획을 진행할 때 여러 부서가 협력해 성매매 집결지 폐쇄에 관해 고민하고 사업을 추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앞으로 시에 전담팀을 꾸려 논의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홍일 대전시 도시재생과장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국토교통부 공모 사업으로, 계획을 변경하려면 국토부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제 와서 계획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전담팀을 꾸리더라도 도시재생 측면에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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