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플루언서]잘난 척, 똑똑한 척? 그의 영상 보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네

박성기 2021. 5. 1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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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조승연의 탐구생활' 조승연
22살에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 올라
전국 곳곳 인문학 강연하며 유명세
스스로 '대중지식의 전달자'라 정의
'아이리시맨서 배우는 마피아 역사' 등
딱딱한 인문학 지식 흥미롭게 녹여내
유튜브 구독자 1년만에 100만명 돌파

잘난 척, 아는 척, 똑똑한 척하는 사람. 한국 사회에서 이런 사람은 영락없이 '비호감형'으로 찍히며 왕따 당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한 남자만 예외인 듯하다. 그는 온갖 '척'을 다 하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즐겨 찾고 좋아한다.

10대 때부터 책을 쓰기 시작해 22살에 베스트셀러 작가의 타이틀을 얻은 저서 20여 권의 성공한 작가, 전국 곳곳의 강연장을 누비며 인문학과 세계 문화를 소개하는 강연가,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방송인이자 라디오 영어교육 프로그램 '굿모닝 팝스'의 전직 DJ, 그리고 7개 국어에 능통한 언어 천재. 그를 묘사하는 수많은 수식어들은 그가 단지 '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척'을 할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그가 아무리 '척'을 해도 사람들이 그를 밉게 보지 않는 이유다.

그동안 책과 강연, 방송을 통해 '척'을 늘어놓던 그가 이제는 그 '척'을 더욱 마음껏 쏟아 놓기 위한 공간으로 유튜브를 선택했다. 1년 반 만에 103만 명의 구독자를 모은 대형 유튜버라는 수식어 한 가지를 더 얻은, 조승연 작가가 바로 이 주인공이다.

2019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한 그의 유튜브 채널 '조승연의 탐구생활'은 역사, 음악, 문학, 영화, 여행, 취미생활 등 다양한 주제를 인문학적 시선으로 탐구한다. '영화 <아이리시맨>으로 배우는 마피아의 역사', '위스키에 얼음을 넣으면 안 되는 이유', '실리콘밸리 부자들이 후드티만 입는 이유', '롤렉스(Rolex)는 어떻게 플렉스의 상징이 되었을까' 등 인문학이 딱딱하고 고리타분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트렌디한 지식과 통찰을 전한다.

K-Culture 플랫폼 보이스오브유가 제공하는 인플루언서 랭킹(IMR) 자료에 따르면 '조승연의 탐구생활'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구독자 수가 증가했다. 본격적으로 영상을 게재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해 6월 50만 명을 돌파했고, 지난달 100만 명의 고지를 넘어섰다. 160 여 개의 업로드된 동영상에 대한 누적 조회 수는 6500여 만 회로, 구독자 수 대비 조회 수가 높은 편이다.

조승연 작가가 유튜버로서 이토록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인기 비결로는 그가 가진 방대한 인문학적 지식과 통찰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조승연 작가는 스스로를 '대중 지식의 전달자'라고 정의하며 따분할 수 있는 교과서적 지식과 정보들을 그 누구보다도 재미있게, 트렌드에 맞게 풀어내는 '이야기꾼'의 역할을 한다. 영상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해박한 지식과 깔끔한 입담에 지루할 틈이 없다.

155만 회의 가장 많은 조회 수를 자랑하는 마피아 역사 관련 영상은 무려 21분이 넘는 긴 영상임에도 "유튜브에서 20분 넘는 영상을 끝까지 재밌게 본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 "시간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갔네요. 더 길어도 좋아요" 등의 시청자 댓글이 남겨 있다. 조승연 작가는 그의 채널을 통해 인문학과 시청자들을 연결해주는 '지식의 소통로' 역할도 한다. 시청자들의 댓글 속에서 "영상을 보고나니 시야가 탁 트이는 느낌이다", "지적 즐거움이 무엇인지 안 것 같다" 등의 소감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 학사 및 프랑스 루브르대 미술사학·박물학 중퇴 학력의 그를 두고 '얕은 인문학 지식으로 사람들을 현혹한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물론 그가 '긴 가방 끈'(석·박사 학위)을 가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고, 본인 스스로도 '짧은 가방 끈만 여러 개'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에게 비판적인 사람들조차 그가 인문학을 대중화해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는 유튜브 속 댓글 창을 통해 시청자들이 서로 인문학에 대해 토론하고 소통하기를 원했고, 그의 바람대로 그의 채널에서는 시청자들의 다양한 시각이 엿보이는 댓글을 읽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영미 박사(현 서울대학교 초빙연구원)는 "일반적으로 유튜브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유료광고 조차도, 그만의 재치 있는 인문학적 접근 방식으로 풀어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고 평가했다.

그의 채널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콘텐츠 중 하나는 아이러니 하게도 유료광고 영상들을 모은 '브랜드 탐구생활' 콘텐츠다. '한국보다 유럽에서 홈 파티가 많은 역사적 유래' 영상에서는 식기세척기 광고를, '증류주의 역사' 영상에서는 소주 광고를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유료광고 포함'이라는 문구가 선명한데도 이처럼 거부감이 들지 않게 논리적, 합리적으로 제품을 광고하는 유튜버는 경험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평이다. 이제는 그가 유료광고를 어떻게 인문학의 테두리 안에서 창의적으로 다룰지 지켜보는 것이 이 채널의 색다른 관전 포인트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년 반의 시간동안 조승연 작가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그가 새로운 것을 배우며 진심으로 행복을 느끼는 사람, 호기심과 깊이 있는 탐구로 다져진 지혜를 가진 사람, 투명하고 자유로운 사고와 소통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앞으로도 유튜버 조승연을 통해 인문학이 더욱 다채롭게 확대되기를, 자극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유튜브 세상이 더욱 정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성기기자 watne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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