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디지털' 구광모 경영철학 담겨.. 미래 신사업 육성 승부

박정일 2021. 5. 17. 19: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G, 초거대 AI에 1억달러 투자
데이터 추론 가능 딥러닝 결정체
제조업 이어 SW기업 진화 토대
차세대 배터리 등 핵심사업 적용
신소재 개발 속도 더 빨라질 듯
올 초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디지털 신년 영상 메시지 스틸 컷. <LG그룹 제공>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인공지능(AI)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 중 하나로 점찍은 구광모(사진) LG그룹 회장의 전략적 투자가 이르면 올 하반기 실체를 드러낸다. 국내 제조업을 대표하는 LG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까지 진화하는 토대를 다지는 것이다.

AI를 키우겠다고 선언하는 국내 기업들은 많지만, 이처럼 '거대AI'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공개적으로 내놓은 곳은 LG가 사실상 처음이나 다름없다.

이는 구 회장의 '고객'과 '디지털 전환(트렌스포메이션)' 경영철학이 담긴 행보로 풀이된다. AI는 자체가 상품이 될 수도 있지만, 서비스와 연구·개발(R&D), 생산 등 전 분야에서 활용할 경우 생산 역량 강화는 물론 신사업 육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사물인터넷(IoT)과 자율주행 등 미래 신산업에서 AI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LG그룹의 AI 전담 싱크탱크인 'LG AI 연구원'이 3년 간 1억 달러(약 1131억원)를 투자해 만들겠다고 17일 공개한 '초거대 AI'는 언어 뿐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까지 이해하고 데이터 추론도 가능한 딥러닝 기술의 결정체이다. 일단 올 하반기에 초기 모델을 공개할 예정인데, 이것만 해도 현존하는 초거대 AI 언어모델보다 연산처리 규모가 3배 이상 크다.

LG는 이를 주요 계열사의 핵심 사업은 물론 미래 성장동력 육성에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수만명의 전문가들이 필요한 신약 후보 물질은 물론 차세대 배터리와 디스플레이용 발광소재 개발, 디자인 혁신 등 다양한 사업에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250여년에 이르는 화학 분야 논문과 특허를 '거대 AI'가 자동으로 분석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분자 구조식 등을 찾아 물성 정보를 추출해낼 수 있다. 이 같은 데이터 값을 빠르게 확보하면 신소재 개발의 속도를 한층 더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에 따라 LG AI 연구원은 LG그룹의 '디지털 전환'의 핵심으로 자리를 굳혔다. 작년 말 신설한 이 연구원은 출범한 지 반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세계가 주목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인공진능 학회인 'AAAI(국제인공지능학회)'에 첫 연구성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한 '설명하는 AI(Explainable AI)'와 '연속 학습(Continual Learning)' 분야 논문 총 2편을 발표했는데, AI가 단순히 결과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고, 또 사람처럼 새로 학습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LG는 이 뿐 아니라 AI 개발을 위한 개방형 혁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LG그룹 투자계열사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작년 4분기 공동으로 투자한 '몰로코'의 경우 AI 기술을 이용한 머신러닝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바일 사용자들에게 맞춤 광고를 적재적소에 노출시킬 수 있는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AI로 의료영상을 빠르게 분석해주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인 '메디컬 비전'과 데이터 머신러닝 기술을 보유한 데이터 플리츠 등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LG는 이와 함께 향후 5년 내 외부 영입과 내부 육성 등으로 AI·빅데이터 분야 인력을 전체 R&D 인원 중 1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룹 뿐 아니라 LG 계열사 별로도 AI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2017년 CTO(최고기술책임자) 부문 산하에 인공지능연구소를 신설했고, 캐나다와 러시아, 인도, 미국 등에 AI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LG CNS는 2019년 4월 AI빅데이터 연구소를 설립했고, LG유플러스도 AI 담당 조직을 만들어 기술 적용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는 AI가 '디지털 혁신을 바탕으로 한 고객 가치 혁신'을 만드는 필수 솔루션이라는 구 회장의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작년 12월 7일 LG AI 연구원 출범식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LG가 추구하는 AI의 목적은 기술을 넘어 고객의 삶을 더 가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그룹을 대표해 기업 스스로의 변화와 혁신의 방법을 발전시켜나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글로벌 AI 생태계의 중심으로 발전해 가도록 응원하고, 힘을 보태겠다"며 힘을 실어줬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