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장미꽃 든 20대 "민주당 지지하냐가 더 비하"

손서영 2021. 5. 1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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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셋째 주 월요일. 오늘은 성년의 날입니다.

민주당이 성년의날을 맞아 청년들을 국회로 초대해 민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청년층의 민심 이탈을 반영하듯 아프게 느껴질
수 있는 ‘쓴소리’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왜 청년들은 지금 민주당에 더 많이 분노하고 있는 걸까요?

■ “요즘엔 민주당 지지하냐가 더 비하”

오늘 간담회에 참석한 21학번 김한미루 씨는 “예전에는 친구끼리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냐고 놀리곤 했는데, 요즘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느냐가 더 비하의 이야기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다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각종 비리가 생기면 네 편 내 편 없이 공정하게 처리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거기서 하나씩 떠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또 “대학 안 간 사람에 천만 원, 군대 제대하면 3천만 원 지급한다는 공약에 청년들이 속아서 표 주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학 미진학자에게 ‘세계여행비 천 만 원’, 이낙연 전 대표가 ‘군 제대시 3천 만 원’, 정세균 전 총리가 ‘1억 원 통장’을 제시한데 대한 비판입니다.

오늘 행사에 참석하는게 의미가 있을지도 고민했다고 합니다. “가서 이야기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보여주기식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다면서 “이런 생각이 안 들게 정말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요청했습니다.

작심한 듯 쏟아낸 발언에 “팩트 폭격이다”, “뼈 때린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 “가르치려 들지 말라” “거대 담론 아닌 대책 내놓아야”

간담회에 참석한 박한울 청년 김대중 사무처장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적폐를 없애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간다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민주당에서도 기존 정당과 차별점 없는 행동들이 계속 나타났다”며 청년세대 민심이 돌아선 이유를 진단했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더 컸다는 건데요.

민주당이 20대를 가르치려 드는 ‘태도’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간담회에서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정치는 바뀌지 않으면서 청년들에게는 “너희가 잘못 알고 있다”, “이래라 저래라”만 하는 꼰대 정치에서 민주당도 다를 바 없단 걸 느꼈다는 겁니다.

현실성을 담보한 정책을 내놓으란 주문도 있었습니다. 박영훈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은 “민주당이 이제는 거대담론보다 부동산, 일자리, 공정 등 개별 사안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듣고 싶은 목소리만 들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는데 “(그동안) 민주당이 민심을 선별하거나 재해석, 설득하거나 가르치려고 하는 시도가 있었다”며 “청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걸 듣고,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주거와 군 복무 관련 정책’이 가장 큰 불만

청년들이 가장 많은 불만을 쏟아낸 건 주거와 군 복무 관련 정책이었습니다.

전용기 의원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청년들이) 금융시장에 몰리는 이유가 집 문제와도 관련돼 있기 때문에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주거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간담회에 참석한 송영길 대표는 ‘누구나 집 프로젝트’를 이야기하며 청년과 신혼부부 LTV를 상향해 10%만 있어도 집 살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나중에(정책으로) 발표해서 이어가겠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군 복무 문제와 관련해 전 의원은 “출생률 등 변화를 반영해 모병제 이야기를 해야 할 때가 됐다”며 “20대 남자만이 아닌 국민 모두를 아우르는 대한민국 미래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전용기 의원은 “20대, 2년이란 시간을 헌신했으면 합당한 보상책이나 처우 개선을 해줘야지 이걸 젠더갈등으로 봐선 안 된다”면서도 “정책적으로 (여성들이) 역차별당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좀 더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병제와 관련해서는 당 정책 연구기관인 민주연구원의 발표처럼 지속적으로 검토, 숙의하는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 “‘애들이 몰라서 그래’ 태도 고쳐야”

KBS와의 통화해서 전 의원은 “가르치려 하지 말고 민심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부분이 가장 와 닿았다, 나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며 “지금까지 민주당이 보여줬던 건 ‘애들이 몰라서 그래. 알고 나면 그렇게 이야기 못 할 거야’라는 자세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4·7 재보선에서 (일부 청년들이) 국민의힘이 내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다 생각하고 투표장에 나간 것도 사실”이라며 “우리가 그렇게 하지 못한 것도 반성해야 한다, 정말 (청년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경청하겠다”고 했습니다.

“듣고 또 듣겠다” 민주당이 최근 가장 많이 내놓는 다짐이자 반성입니다. 청년들은 말합니다. “듣고 싶은 것만 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입니다.

손서영 기자 (belles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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