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재미' 배려한 아트부산..관객도 매출도 '후끈'

노형석 2021. 5. 1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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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필력을 가진 작가라면 서구의 메이저 갤러리에서 충분히 전시할 수 있어요."

지난 15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미술장터 '아트부산 2021'의 청년 작가 특별전 '아트악센트'에서 장터를 이끄는 사령탑인 변원경 대표이사가 말했다.

장터를 주최한 사단법인 아트쇼부산 사무국은 지난 13~16일 열린 이번 행사에 8만명 넘는 관객이 들었으며 국내 미술시장의 역대 아트페어들을 통틀어 최고 수준인 35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고 17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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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중견·신진작가 작품 안배
부스 줄이고 다양한 동선 활용
8만명 방문·'350억원' 최고 매출
"전시의 본령 되찾은 게 인기요인"

일부 화랑 편중·공익성은 과제
‘아트부산 2021’ 행사에서 관객체험 특별전으로 선보인 덴마크 출신 대가 올라푸르 엘리아손의 미디어아트 설치작품 <당신의 불확실한 그림자>. 올해 아트부산은 출품작과 전시 동선 등 행사의 전반적인 수준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정도 필력을 가진 작가라면 서구의 메이저 갤러리에서 충분히 전시할 수 있어요.”

지난 15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미술장터 ‘아트부산 2021’의 청년 작가 특별전 ‘아트악센트’에서 장터를 이끄는 사령탑인 변원경 대표이사가 말했다.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미술시장에서 딜러로 일했던 그의 시선은 젊은 한국화 작가 곽아람씨의 소품과 대작에 꽂혀 있었다. 서울의 복잡한 도심 풍경의 이면을 세밀하게 묘사해 수묵으로 장지에 채색한 그림들이었다. 그는 최해리, 김화현 등 ‘아트악센트’전에 출품한 다른 소장 작가들의 작품도 언급하면서 “한국에는 필력과 기법, 상상력 등이 출중한 숨은 작가들이 꽤 많다. 이들을 제대로 국제무대에 알릴 수 있는 자리를 꾸려보고 싶다”고 했다.

장터를 주최한 사단법인 아트쇼부산 사무국은 지난 13~16일 열린 이번 행사에 8만명 넘는 관객이 들었으며 국내 미술시장의 역대 아트페어들을 통틀어 최고 수준인 35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고 17일 발표했다. 이는 2019년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한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의 매출액 310억원을 뛰어넘은 수치다.

오스트리아 화랑 타데우스 로파크가 아트부산 장터 부스에 내놓은 거장 앤터니 곰리의 사람 형상 철조각과 이불 작가의 그림.

국내 갤러리 92개 업체와 국외 갤러리 18개 업체가 참여한 이번 행사는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올해 초부터 투자자들의 관심이 미술시장으로 향하는 상승 분위기를 탄데다, 역대 다른 국내 장터들과 뚜렷하게 차별화한 양질의 출품작과 전시 얼개로 호평을 받았다. 영국의 필러 코리아스, 오스트리아의 타데우스 로파크, 독일의 에스터 시퍼와 페레스 프로젝트, 미국 코먼웰스카운실 등 국외 명문 갤러리들을 변 대표가 직접 교섭해 유치하면서 게오르크 바젤리츠, 게르하르트 리히터, 앤터니 곰리 등 국외 거장 작품들이 대거 들어왔다. 가나아트,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리안갤러리, 학고재, 갤러리조선, 갤러리 기체, 지갤러리 등 국내 중견 소장 화랑들도 단색조 회화, 실험미술 대가들은 물론 젊은 작가들까지 작품 안배에 각별한 신경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했다.

특히 국내 아트페어의 단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화랑별 작품들의 극심한 편차가 거의 사라졌다는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이발소 그림’, ‘액자집 그림’이란 비아냥을 받던 장터 구석 3류 화랑들의 잡다하고 너절한 전시 풍경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몇몇 중견 화랑들은 부스 면적을 일부러 줄이고 가시적인 감상 공간을 확보하거나 가벽을 터서 사방팔방으로 전시 동선을 확보하는 등 세련된 공간 개념을 선보이기도 했다. 일부 화랑들 사이에서 “독선적 운영”이란 불평이 나오긴 했지만, 출품 화랑 수를 줄이고 심사를 강화한 것도 효과를 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정용 가나아트 대표는 “동선이 널찍널찍하고 편안해져서 보는 이의 감각과 기호에 충실한 페어가 만들어졌다는 점이 돋보인다”고 했다. 좋은 작품 보는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솔직한 욕망과 감각에 충실하게 전시의 본령을 찾으려 애썼다는 점을, 이번 장터가 인기를 모은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다만, 아트부산 쪽이 부산시 지원금 2억원과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보조금 2500만원을 받았으면서도 한국 미술판을 위한 공익적 배려가 거의 없었다는 점은 뒷말을 낳았다. 관계자들이 거의 오지 않은 외국 명문 화랑들 위주의 홍보와 목 좋은 부스 자리 배정 등의 혜택을 두고 국내 화랑업체들 사이에서는 편중 시비가 불거졌다. 입장료를 국내 최고가인 2만원으로 올린 행태도 입도마에 올랐다. 철저히 영리를 좇아 운영될 수밖에 없는 아트페어에 공공 지원이 타당한지에 대한 고민거리를 남긴 셈이다. 부산/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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