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여중생 투신 사건' 보호 사각지대 민낯

청주CBS 최범규 기자 2021. 5. 1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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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와 학대 피해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충북 청주 여중생 2명이 그동안 적절한 보호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여성연대 김태윤 상임대표는 "가정 폭력에 노출돼 있는 피해자들의 인권 보호가 우선돼야 하지만, 가정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극단적인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게 현행 법률"이라며 "과연 누구를 위한 보호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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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피해 의심 학생, 경찰·관계기관 조사 거부
警, 분리 필요성 등 종합적 검토 후 구속영장 신청
檢 "수사 절차 미흡" 체포·구속영장 거듭 반려
교육·여성단체 "부실한 법제도가 부른 사회적 타살"
충북지역 교육·여성단체가 17일 청주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주 여중생 투신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최범규 기자
성범죄와 학대 피해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충북 청주 여중생 2명이 그동안 적절한 보호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른들의 틀에 박힌 소극적인 태도로 또 어린 아이들을 잃고 말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중생 2명은 모두 피해자였다.

이 가운데 1명은 친구의 계부인 A씨에게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하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피해자의 친구이자 A씨의 의붓딸에 주목하며 학대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청주시에 상담과 조사를 요청했다.

A씨와 의붓딸을 분리 조처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여중생 2명이 투신해 숨진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화단에 이들을 애도하는 꽃다발이 놓여 있다. 독자 제공
하지만 의붓딸은 학대 피해를 부인하며 아동보호기관의 상담은 물론 경찰 조사도 계속 거부해 관계 당국은 달리 방도가 없었다.

피해자의 비협조에도 경찰의 판단에 따라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할 수 있었더라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충북지역 교육·여성단체는 17일 청주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과 함께 가해자 엄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성폭력과 아동학대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의 조기 분리가 기본임에도 수사기관은 안일했다"며 "이번 사건은 극단적 선택이 아닌 법 제도가 부른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충북여성연대 김태윤 상임대표는 "가정 폭력에 노출돼 있는 피해자들의 인권 보호가 우선돼야 하지만, 가정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극단적인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게 현행 법률"이라며 "과연 누구를 위한 보호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성폭행 피해 학생 역시 고소 이후에도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불안에 떨어야 했다.

경찰이 A씨에 대해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잇따라 신청했지만, 검찰은 수사 절차에 미비점이 있고 피해자의 진술 외에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모두 반려했다.

학교나 교육당국도 학생 보호에 제대로 손을 쓸 수 없었던 게 현실이다.

경찰이 사건을 처음 알게 된 건 지난 2월이다. 그러나 경찰은 학교폭력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의 경우 학교 측에 통보할 의무가 없었다.

학교 측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이 지나 학교에서 이뤄진 조사 때 관계자가 그 자리에 입회하면서 사건을 접하게 됐다.

게다가 경찰의 비밀유지 요구로 상급기관과 손잡고 위기 학생을 위한 적극적인 보호 조치도 할 수 없었다.

관계당국이 제도의 허점에 빠져 수개월 동안 주저하는 사이 결국 꽃다운 15살 아이들은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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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CBS 최범규 기자] calguks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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