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만개 콘텐츠 라이브러리.. 월평균 사용시간은 우리가 최고
올해 독점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일본 등 K콘텐츠 인기 국가서
웨이브 점유율 높이는 게 목표
글로벌 진출 위해 기업 공개도
"'낭만닥터 김사부' '동백꽃 필 무렵' '스토브리그' '펜트하우스' '모범택시' 같은 드라마가 가입자 유입을 견인했고 '놀면 뭐하니' '런닝맨' '1박2일' 같은 스테디셀러 예능이 가입자의 채널 잔류를 도왔죠. 방송사가 주주사라 매일 신규 콘텐츠가 생산돼 라이브러리에 차곡차곡 쌓이는데 이것이 웨이브의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53)는 최근 웨이브의 성장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웨이브 큰 폭 성장 "방대한 라이브러리" 경쟁력
국내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의 2020년 매출이 전년대비 85%나 증가하며 출범 1년8개월 만에 큰 폭으로 성장했다. 공격적 투자로 아직 영업이익은 적자고 사용자수 역시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 못미치나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은 앞선 상태다.
KBS 프로듀서 출신인 이 대표는 "좀 더 급진적으로 업계를 선도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가입자 수가 1000만명을 넘는 성과를 거뒀다"며 "안정적인 콘텐츠 수급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웨이브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26만~28만개에 달하는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꼽았다. 이 대표는 "구작 '전원일기'부터 신작 '모범택시'까지 방대한데, 이용자의 시청 패턴에 따라 창고에 있던 구작이 되살아난다"며 "여기에 월정액으로 서비스하는 영화와 해외 시리즈 등이 볼거리를 뒷받침하고, 오리지널 콘텐츠가 '엣지'를 더한다"고 부연했다.
웨이브는 최근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5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애초 2023년까지 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으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등 미래 부가가치 확대를 위해 투자 규모를 늘렸다. 또 제작 분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미생' '도깨비' '비밀의 숲'을 작업한 이찬호 전 스튜디오드래곤 책임프로듀서를 콘텐츠전략본부장(CCO)으로 영입했다. 이 대표는 "히트작을 배출해온 이찬호 CCO가 웨이브에 필요한 모든 콘텐츠를 총괄하기에 기대가 크다"며 "좋은 기획과 IP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전략도 달라졌다. 그동안 방송사 콘텐츠 위주로 투자했다면 올해부터는 독점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 초점을 맞춘다. 웨이브의 기대작을 묻자 이 대표는 "정치 시트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와 섹시 코미디 '유 레이즈 미 업'"을 언급했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지상파에선 시도하기 힘든 장르"라며 "30분 12개 구성인데, 잘되면 스핀오프로 확장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연말에 내놓을 드라마 '트레이서'도 킬러콘텐츠로 손꼽힌다.
■해외진출, 기업공개 예정 "웨이브가 필수품 되길"
경영전략컨설팅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OTT 시장은 성장세다. 2020년 시장규모 1100억달러에서 2021년 1410억달러가 예상된다. 물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한국은 글로벌 OTT 플랫폼의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디즈니플러스 등 미국발 글로벌 OTT에 이어 아이치이TV 등 중국 OTT까지 국내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 간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네이버가 티빙에 투자하면서 웨이브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협업 중이고, 디즈니플러스가 KT·LG유플러스와 손잡으면서, SK텔레콤은 아마존프라임이나 넷플릭스와 협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도 있다"면서도 "격렬한 경쟁은 산업을 키우고 플레이어들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장점도 있다"고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했다. "일단 한국 OTT 시장에서 압도적인 플레이어가 되는 게 웨이브의 1차 목표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로 뻗어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웨이브는 출범 이후 해외진출을 준비했으나 지난 1년간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계획을 보류한 상태다. 그는 "하반기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예정"이라며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을 언급했다. "국가 차원에서 근미래 글로벌 확장력이 큰 산업이 바로 콘텐츠 산업"이라며 "K팝 등이 실제로 증명해내고 있고 글로벌 OTT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당장 디즈니플러스와 맞장을 뜨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스탄불 등 한류 선호 지역에서 (웨이브의) 점유율을 높이고, 북미·유럽에선 유의미한 시장점유율을 갖고 간다는 목표"라며 청사진을 그렸다. 업계에서는 OTT가 단순한 플랫폼 사업을 넘어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기기'로 이어지는 전후방 사업과 소비재 및 문화콘텐츠 수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기업공개도 계획대로 추진한다. 그는 "글로벌 OTT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상장이 필요하다"며 "재무가 늘어나면 더 많은 투자로 가입자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된다"고 봤다. 또 웨이브가 향후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와 협력할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답했다.
웨이브는 출범 당시 2023년까지 유료가입자 500만명, 연매출 5000억원을 목표로 세웠다. 이 대표는 "여전히 유효한 목표"라며 "기존 가입자를 유지하면서 신규 가입자를 늘려야 하는데, 웨이브가 사람들의 필수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모바일로만 보면 월 7900원, 모바일·TV 2회선은 1만900원, 4회선은 1만3900원인데 단행본 한권 값도 안된다"고 했다. "'무한도전' 보면서 친구 기다리고 왠지 외로울 때 영화 한편 보고. 음악 공연도 감상하니 비싼 문화생활을 저렴하게 할 수 있다"며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쉽고 빠르게 소비 가능하니, OTT 구독으로 멋진 문화소비자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2개 이상의 OTT를 구독 중이라는 이 대표는 웨이브가 서비스하는 콘텐츠를 언급하며 관람을 권하기도 했다. 시즌2를 기획 중인 SF시리즈 'SF8'에 대해 "볼거리로 무장한 할리우드와 달리 미래에 일어날 법한 이야기가 깊이 있게 표현돼 여운이 있다"고 했고, "해외 시리즈 중에선 밀레니얼의 사랑을 그린 아일랜드 드라마 '노멀피플'"을 추천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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