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이는 국민의힘 당권 '양강' 구도
[경향신문]
‘양강’ 구도로 일찌감치 정리될 것으로 전망되던 국민의힘 차기 당권 경쟁에 균열이 일고 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양강’으로 꼽히던 나경원 전 의원, 주호영 의원을 누르고 여론조사 1위로 올라서는 등 신진 그룹의 돌풍이 이어지면서다. 차후 여론 추이에 따라 다자구도로 경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 전 최고위원은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가 여론조사기관 ‘PNR’에 의뢰한 지난 16일 여론조사에서 당 대표 적합도 1위를 기록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20.4%를 얻어 나경원 전 의원(15.5%)과 주호영 의원(12.2%)를 제쳤다. 지난 9일 같은 기관의 조사에서 13.9%로 나 전 의원에 이어 2위였던 이 전 최고위원은 일주일 만에 선두에 올랐다. 그는 17일 MBC라디오에서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크지 않다”며 “(지지도가) 전 연령층에서 전 지역에서 늘어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전 최고위원이 당 대표 적합도 1위에 오른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반응은 엇갈린다. 일단, 당원조사 70%, 일반여론조사 30%라는 당 대표 선출 규정상 크게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주 의원의 경우 전체 당원 60% 가까이가 영남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국민의힘 당원 구조상 유리한 위치에 있다. 나 전 의원도 전통적 보수 지지세가 강한 곳에서 지지율이 높은 편이다. 특히 나 전 원내대표는 아직 출마선언을 하지 않아 공식 선언 이후에는 본격적인 표심 몰이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반면 이 전 최고위원 등 신진 그룹이 여론조사에서 선전을 이어간다면 당원 투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여론조사 추이에 따라 당심이 민심을 따라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최고위원과 김웅·김은혜 등 당권 도전을 선언한 초선 의원들 사이 단일화가 이뤄지거나 예비경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신진 그룹의 대표주자가 정리되면 시너지 효과도 발휘할 수 있다.
‘양강’을 향한 신진 그룹의 공세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4일 당대표 공식 출마를 선언한 김은혜 의원은 연일 나 전 의원과 주 의원 두 사람과 각을 세우고 있다. 김 의원은 17일 CBS라디오에서 나 전 의원의 출마에 대해 “과거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 그분이 나온다면 미래와 과거의 구도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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