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에 대항하던 민닷 시민군 끝내 후퇴

이효상 기자 2021. 5. 1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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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중화기 앞세운 군대에
사제 엽총 들고 저항 '한계'
NUG 총리 "보호 못해 사과"

[경향신문]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끈질기게 저항해 온 미얀마 서부 산악지대 민닷이 끝내 함락됐다. 민닷의 함락은 미얀마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민군 저항의 한계를 보여준다. 군부는 압도적인 화력과 잔혹성으로 시민군을 진압했고, 민주진영의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는 민닷의 함락을 지켜봐야만 했다. 미얀마 주재 미국·영국 대사관은 민닷에서 벌어지는 살상에 우려를 표명하는 데 그쳤다.

로이터통신은 17일 민닷 시민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시민군이 지난 16일 중화기를 앞세운 군대와의 전투 끝에 민닷에서 후퇴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서부 친주의 산악지대에 위치한 민닷은 그간 군부에 끈질기게 저항하면서 미얀마 시민들의 기대를 모았다. 구금된 청년 7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에 군부가 총격으로 대응한 4월 말부터 민닷에서는 전투가 계속됐다. 사냥용 사제 엽총 등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시민군은 산악지대라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마을로 진입하는 군부의 차량을 수차례 기습하는 방식으로 전과를 거뒀다. 하지만 군부의 압도적인 화력과 잔혹성이 상황을 역전시켰다. 군대는 15일 헬리콥터 6대를 동원해 군 병력을 마을로 진입시켰다. 군대는 중화기를 사용해 마을에 포격을 가하고, 드론을 띄워 시민군을 수색했다. 군부는 15명의 청년을 붙잡아 인간 방패로 앞세우며 시민군을 진압했다고 민닷 주민자치위원회는 AP통신에 밝혔다.

민닷의 저항에 기대를 걸었던 미얀마 시민들은 민닷의 함락 소식에 낙담했다. 일부 시민은 3월 말 연방군 창설 구상을 내놓고도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않는 NUG를 비판하기도 했다.

만 윈 까잉 딴 NUG 총리는 출범 한 달째를 맞은 16일 대국민 연설에서 “민닷의 시민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드린다”며 “민닷 시민을 포함해 미얀마 국민이 직면한 끔찍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연방군 창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국민이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20여개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시민 저항군을 규합해 연방군을 만들겠다는 NUG의 구상은 현재 여러 무장단체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논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민닷에서 벌어지는 군부의 잔혹한 진압은 국제사회의 시선을 끌었지만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진 못했다. 미얀마 주재 영국대사관은 군부의 전쟁무기 사용을 비난하고 “시민들에 대한 폭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대사관 역시 성명을 통해 “유엔 특별조사관에게 잔혹한 행위의 증거를 보낼 것을 촉구”하는 데 그쳤다.

날로 악화되는 미얀마 상황에 프란치스코 교항은 16일 로마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미얀마 공동체를 위한 특별미사를 집전하고 “미얀마 시민들은 악에 체념하고 증오와 복수의 논리에 굴복하지 말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현재의 미얀마 상황을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예수의 마지막 시간에 비유하며 “악이 우위를 점하는 것처럼 보이는 어두운 밤에도 믿음과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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