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살고 싶어" 16억 가로챈 로맨스 스캠 그녀 잡혔다
중동에 사는 미군이나 해외에 사는 변호사·의사 등을 사칭해 소셜미디어로 접근해 친해진 뒤 나중에 거액을 요구한 사기(로맨스 스캠) 조직 4명이 구속됐다.
경기북부경찰청은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사기 등 혐의로 외국 국적 30대 남성 A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 등이 가담한 조직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외국인 연인 행세를 하며 돈을 뜯어내는 수법으로 피해자 26명으로부터 총 16억51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주로 군복을 입은 미군이나 뛰어난 외모의 외국인 남녀 사진을 자신들의 프로필로 올린 SNS 계정으로 피해자에게 친구 신청을 하며 범행에 나섰다.
피해자가 호기심에 친구 신청을 받으면 자신을 유엔(UN)에 파견된 미군, 의사, 변호사, 금융인 등 혹할 만한 직업으로 속이며 인터넷 번역기로 돌린 한국말로 말을 걸었다.
매일 다정한 말로 연락하며 안부를 묻는 등 몇 달간 공을 들이며 피해자들을 사로잡았다. 관계가 깊어지면 본격적인 범행에 들어갔다.
한 피의자는 자신이 해외 파병군인이라고 사칭해 “해외 파병 중 다쳤는데 수술비가 필요하다”며 동정심을 자극하거나, “전역하고 한국에서 당신과 살고 싶은데 비용이 필요하다”는 방식으로 속였다.
다른 피의자는 금융거래소 직원이라고 속여 피해자들에게 “160억 퇴직금을 배우자만 수령할 수 있으니 당신이 배우자 행세를 해달라”고 꾀었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 선임과 서류작업비 명목으로 약 2억8000만원을 뜯었다.
피해자들은 이들 조직이 내세우는 거액의 돈과 “너와 함께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달콤한 말에 속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은 해외에 기반을 둔 실행 조직과 국내 자금관리 조직을 나누고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벌였다”고 말했다.
조직원 대부분은 나이지리아, 라이베리아 등 아프리카 지역에 국적을 둔 외국인이다. 국내에서도 외국인이 많이 모여 사는 동두천 등을 대상으로 자금 관리, 인출을 담당할 외국인 조직원들을 모집했다.
한 일당은 조직원들에게 “조직에 대해 수사 기관에 알리면 본국에 있는 너의 가족을 죽이겠다”며 살해 협박을 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검거된 4명은 국내 관리 조직의 관리책과 인출 조직원”이라며 “해외에 있는 실행팀 등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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