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유대주의로 번질라..유럽 '팔 연대 집회'에 제동

윤기은 기자 2021. 5. 1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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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역사에 부담감
각국, 집회 금지·유감 표명
참가자들 "학살 반대할 뿐"

[경향신문]

지난주부터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폴란드 바르샤바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을 규탄하고, 유대인으로부터 차별당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 정부들은 반유대주의로 번질 수 있다며 집회를 저지하고 나섰고, 집회 참가자들은 살인에 대한 반대일 뿐 반유대주의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는 팔레스타인 국기로 장식된 자동차를 타고 유대인 밀집 거주지역을 통과하며 “엿먹어라 유대인들” 등 반유대주의 구호를 외친 남성 4명이 체포됐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트위터에서 “우리 사회에는 반유대주의가 있을 자리가 없다”며 반유대주의를 비판했다. 심지어 팔레스타인 지지 커뮤니티에서도 이 같은 반유대주의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유럽 정부들은 이스라엘 반대 집회가 반유대주의 움직임으로 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유대인을 향한 공격적 발언과 행동을 보인 집회 참가자들도 있었다. 독일 언론 도이체벨레는 일부 시위대들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폭격을 가해야 한다”는 구호를 외쳤으며,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웠다고 전했다. 시위대가 독일 지역 곳곳에 있는 유대교 회당에 돌을 던지는 일도 발생했다. 이에 호르스트 시호퍼 독일 내무부 장관은 “독일 땅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태우고, 유대인 시설을 공격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행정법원도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를 금지한 파리 경찰의 조치가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앞서 경찰은 “이스라엘 사람과 유대교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라며 집회를 금지했다.

이스라엘에서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거주지에서 내쫓고 차별하고 있다고 비난받고 있지만, 유럽 사회에서 유대인은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에 속한다. 유대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저지른 인종 대학살 ‘홀로코스트’의 최대 피해자이기도 하다. 유대인 혐오 세력의 위협도 이어지고 있다. 장 이브 카뮈 프랑스 정치분석가는 “급진 이슬람주의들과 극우세력, 유대인에 편견을 가진 세력들이 반유대주의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말했다.

하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유럽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를 반유대주의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정부는 이번 시위를 ‘친팔레스타인 시위’라고 부르며 연대의 의미보다는 편가르기의 의미를 부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폴란드 바르샤바 팔레스타인 대사관 앞 연대 시위에 참가한 현지 대학생 모위 에와는 “살인에 대한 반대는 반유대주의가 아니며, 우리는 이스라엘 민족주의자들과 우익 정부 행동에 반대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폴란드 일간 비보르차에 말했다. 도이체벨레도 독일 베를린 시위 참가자 대부분은 ‘학살 중단’ ‘유대인이 아닌 극단주의자에 반대’와 같이 편가르기를 넘어 인도주의적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는 내용의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고 전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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