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 이끈 독보적 여성화가 이정지 별세

김예진 2021. 5. 1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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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단색화를 이끈 드문 여성 화가이자, 단색화 분야 내에서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영역을 개척한 이정지 화백이 16일 별세했다.

그는 단색화에 문자를 끌어들인 것에 대해 기자와 만나 "1970~80년대 맥을 이어가면서 어떻게 변화할지 고민하다가 오랫동안 매일 아침 습관적으로 하던 서예를 접목하게 됐다"라며 "변화가 없는 그림을 생명력이 없다고 생각했고, 변모해야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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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단색화를 이끈 드문 여성 화가이자, 단색화 분야 내에서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영역을 개척한 이정지 화백이 16일 별세했다. 향년 80세.

고인은 1941년생으로 홍익대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1980년대까지 단색화 그룹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작품에 안진경체, 추사체 등 서체를 끌어들여 다채롭게 조형적으로 변주하는 실험으로 변화를 모색했다. 고인은 안료를 덧칠하고 긁어내는 작업을 반복해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화면에 나타내는 작업을 했다. 붓으로 획을 긋지 않고 팔레트 나이프로 긁는 독특한 방식으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종로구 선화랑에서 연 개인전 '1990년대 단색조 회화 - 서체를 끌어들이다'이 마지막 개인전이 됐다. 그는 당시 고령에도 예술혼을 불태웠다. 단색화 그룹 내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문자를 들여오는 새로운 시도로 개성을 드러내 혁신의 길을 가고자 했던 이유를 열성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여성 화가로서 자신이 당시 화단의 주류였던 단색화 그룹의 홍일점, 들러리로 여겨지는 데 맞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꿋꿋이 걸어갔음을 강조했다.

그는 단색화에 문자를 끌어들인 것에 대해 기자와 만나 “1970~80년대 맥을 이어가면서 어떻게 변화할지 고민하다가 오랫동안 매일 아침 습관적으로 하던 서예를 접목하게 됐다”라며 “변화가 없는 그림을 생명력이 없다고 생각했고, 변모해야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림에 문자를 배척하던 단색화 집단에서 나는 밉상이 됐다”라며 “당시 고민과 갈등, 고독감이 심해 정신적으로 굉장히 고통스러웠지만 변모하지 못하고 머물면 내 작업은 끝이라고 생각해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라고 말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혜화동)7호실, 발인은 19일 오전 10시. 장지는 용인 천주교 묘지. 02)2072-2010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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