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무지 쫄깃하거나 너무 비현실적이거나

최영균 칼럼니스트 2021. 5. 1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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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 도약 노리는 '언더커버', 그 가능성과 한계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JTBC 금토드라마 <언더커버>는 방송 전부터 이래저래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앞서 <부부의 세계>가 영국 드라마 리메이크로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같은 과정으로 제작된 <언더커버>의 결과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언더커버>는 8회를 마친 현재 4%(이하 닐슨코리아)대로, 30%에 육박하는 역대급 수치를 기록한 <부부의 세계>와 시청률 면에서 비교하자면 거리감은 있지만 긴장감이 점층되는 스토리 전개 속에 후반부 도약을 노리고 있다.

영국의 <언더커버>는 검찰국장이 되는 변호사 아내와 신분을 감춘 경찰 잠입수사관 남편의 이야기이지만 한국에서는 각각 공수처장과 국정원 잠입 요원으로 각색됐다. 민주화 운동을 거쳐 인권 변호사가 된 최연수(김현주)가 공수처장이 되는 과정에서 이를 무력화시키려는 국정원 기조실장 임형락(허준호)의 동조 세력들과 맞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예전 신분은 감춘 채 사랑하는 아내를 지키려는 전직 국정원 잠입 요원 한정현(지진희)의 고군분투가 이어진다. 한정현은 민주화 운동 세력 검거를 위해 잠입했지만 아내에게 사랑을 느껴 요원 일을 접고 행복한 가정을 이룬 뒤 평범한 가장의 삶을 살고 있었다.

아내에게 자신의 과거 신분을 밝힐 수 없는 답답함 속에서도 아내에 대한 국정원 공작을 자신만이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라 몰래 아내 구하기가 거듭된다. 또 한편으로 국정원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신과도 관련이 있는 듯한 전 국정원 요원의 의문사 관련 비밀을 파헤치는 일도 함께 진행 중이다.

대략적인 스토리 전개에서 가늠할 수 있듯이 <언더커버>는 정치+추리+서스펜스+액션+스파이 등 여러 장르의 혼성 드라마다. 이질적인 장르들을 결합해 다양한 재미를 전달하는 최근 드라마 추세에 부합하는 구성이다.

<언더커버>에서 정치는 가장 근본이 되는 스토리 라인이다. 먼 과거나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최근 한국에서 벌어졌거나 진행 중인 정치적 이슈들을 픽션화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공수처 설치와 이에 반대하는 정치 세력의 저항과 음모는 픽션이 가미됐지만 시청자들이 뉴스를 통해 현실에서 접하던 사안들이라 온전한 허구보다 흥미를 유발하기 유리해 보인다.

최연수가 공수처장 청문회 과정에서 공격의 빌미가 됐던 탈북자 북한 귀환 후 남한 비방 문제, 공수처장 취임 이후 대통령 비서실장의 정치자금 수수와 자살 등 어딘가 기시감이 있는 사건들이 줄이어 등장한다.

국정원과 관련해서는 비자금 투명화 문제, 도청과 불법 사찰, 그리고 여론 조작을 위한 정치 공작 등 근래 문제가 됐던 현실의 사건들도 극화돼 삽입됐다. 이 밖에 현실에서는 미스터리로 남았지만 정치적 이슈 관련자의 의문의 자살 등도 스토리에 녹여져 있다.

이런 정치와 음모만 다뤄진다면 본격 정치 드라마가 되겠지만 여기에 한정현이 특수 요원이었다는 점으로 인해 액션과 스파이물의 재미 요소들도 가세시켰다. 국정원 소속 당시 최고의 요원이었던 한정현은 아내를 숨어 돕는 과정에서 탁월한 무술 실력으로 현직 국정원 요원 등 방해자들을 제압한다.

공수처내 정보가 유출되는 상황으로 최연수가 곤란을 겪자 공수처에 잠입해 도촬 카메라를 공개하고 이 과정에 발각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고층 건물 외벽에 아슬아슬하게 은신하는 등 스파이물에서 볼 수 있는 스릴 넘치는 액션도 만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언더커버>는 서스펜스가 극의 재미를 주로 이끈다. 극의 전개가 만드는 불안감과 긴장감이 시청을 쫄깃하게 만든다. 한정현이 아내를 위협하는 국정원 세력의 음모를 저지하는 과정에서는 국정원 요원들 모르게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아내에게도 들키면 안 되기에 시청자들이 느끼는 서스펜스는 이중으로 진하게 몰려온다.

최연수가 공수처장이 되는 과정과 된 후 공수처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일당의 거듭되는 정치적 방해를 극복하는 과정도 서스펜스를 더한다. 최연수가 막다른 상황에 몰려 안타까운 전개는 알고 보니 이미 현명한 대응을 해놓았던 상황이라 결국은 문제가 해결된다. 이런 흐름은 긴장과 불안감의 절정으로 치닫다 안도하게 되는 정치 스릴러 특유의 재미를 유발한다.

<언더커버>는 이처럼 흥미롭게 시청할 재료들을 여럿 갖춘 드라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요소들도 있다. 요원을 그만둔 지 오래된 중년의 한정현이 현역 요원 여럿을 혼자서 제압하는 경우나, 지나고 보면 사건의 이면을 잘 파악하는 현명함을 갖춘 최연수가 국정원이 심은 보안과장의 정체를 잇따른 공작 발생 후에도 의심하지 않는 등 비현실적인 부분도 적지 않다.

드라마적인 재미를 위한 허구의 장치로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극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것도 사실이다. <언더커버>가 향후 쫄깃한 전개의 장점과 비현실적인 설정들의 단점 중 어느 쪽이 더 시청자들의 뇌리에 크게 남겨질지에 따라 작품에 대한 평가는 결정될 것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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