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스크 해제' 권고 정치외압 논란.. "송유관사태 덮기" 주장도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2021. 5. 1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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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발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은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우려 속에 CDC의 발표 과정에 정치적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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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발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은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우려 속에 CDC의 발표 과정에 정치적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16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관련 질문을 받고 “이번 결정은 정치적 압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나는 과학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라며 백신 접종이 확대되고 확진 사례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과학이 한 주 앞서 이를 확인시켰으면 더 쉬웠을 것이고 내가 의회에 가서 그런 발언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불과 사흘 전인 11일 의회에서 마스크를 벗는 시점에 대한 질문을 받고 “국민 3분의 1만 백신 접종을 완료했고 지역사회 감염이 계속되고 있다”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조치를 유지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NBC와의 인터뷰에서는 “모두에게 모든 장소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허가를 준 것이 아니다”며 “이것은 과학에 근거해 각자의 위험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월렌스키 국장은 이날 하루에만 4개 언론사와 연쇄 인터뷰를 갖고 CDC 결정의 투명성과 배경 등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우리는 여전히 하루 150만 명에서 200만 명의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며 “매일 더 많은 사람들이 접종을 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을 안 한 사람이 스스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자율시행제도’가 잘 시행될지는 당신에게 달렸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월렌스키 국장은 상원 청문회 전날인 10일 밤 이미 마스크 착용을 대폭 완화하는 새 지침을 결정했다. 그러나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에게는 공식발표 전날인 12일 저녁 6시에 알려줬고, 이것이 백악관 참모들에게 전달된 것은 오후 9시나 되어서였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담당자들이 CDC측에 ‘12세 어린이는 어떻게 하냐’는 등의 세부 사항을 물었을 때 CDC는 충분한 답변을 내놓지도 못했다고 한다.

WP는 15명의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와 전문가 등을 취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를 보도하면서 “옳은 결정이 잘못 다뤄졌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에서는 사전 준비를 할 충분한 시간이 없었던 것에 불만을 표출했고, 일부 주지사들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CDC의 새 권고안을 적용해 관련 규정들을 바꿔야 하는 것에 난감함을 표시했다. 22개 주는 아직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바이든을 비판하는 측에서는 이 발표로 문제가 되는 다른 현안을 덮으려 했던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최근 송유관 해킹으로 인한 동부 지역의 주유 대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잇달아 제기되는 시점에 마스크 지침 완화 결정을 전격 내놓음으로써 비판의 시선을 돌리려 했다는 주장이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은 이런 커뮤니케이션 잡음이 되레 CDC의 독립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CDC에 수차례 외압을 행사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현재는 백악관이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기 때문에 CDC의 결정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크리스 미거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CDC는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롭게 과학과 데이터에 근거해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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