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이-팔사태 '빈손 회의'..바이든 정부 미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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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충돌을 막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6일(현지 시간) 화상으로 첫 공개회의를 소집했지만 별다른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회의를 끝냈다.
이스라엘의 오랜 우방인 미국이 사태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기 때문에 이날 '빈손 회의'는 이미 예상됐던 결과라는 외교가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안보리 15개 이사국과 당사국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측 대표들이 모인 이날 회의에서는 중국을 대표해 참석한 왕이 외교부장이 돌연 미국을 저격하고 나서며 분위기가 미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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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15개 이사국과 당사국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측 대표들이 모인 이날 회의에서는 중국을 대표해 참석한 왕이 외교부장이 돌연 미국을 저격하고 나서며 분위기가 미묘해졌다.
왕 부장은 “유감스럽게도 단지 한 국가의 반대 때문에 안보리가 한 목소리를 내지 못 하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이 책임감을 갖고 공정한 입장을 취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계속 이 문제에 대한 유엔 차원의 대응을 미루면서 사태 해결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엔 안보리는 10일과 12일 뉴욕에서 두 차례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미국의 반대로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 했다. 그러자 중국과 노르웨이, 튀니지 등이 14일 공개회의를 열자고 제안했지만 미국은 그 다음주에 열자면서 또다시 반대 의사를 밝혔고, 이에 이사국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결국 일요일인 이날 회의를 개최하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미국은 유엔 차원의 대응보다는 막후에서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며 회의를 반대해 왔지만 미국의 이런 접근법은 두 나라의 충돌을 누그러뜨리는 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 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미국은 구체적인 실행 방안보다는 원칙론적인 입장만 밝히는 수세적인 태도를 취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우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동등하게 갖고 있다고 믿는다”면서도 “미국은 당사자들이 휴전을 추진한다면 이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당장 휴전을 촉구하는 게 아니라 ‘원한다면 지지하겠다’는 수준의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미국의 이런 태도로 인해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좌절감을 느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멕시코 측 대표는 이날 “안보리가 국제 평화와 안보의 주요 보증인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다”고 발언했다. 이날 회의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싸움은 즉각적으로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결국 이사국 간의 실랑이가 되풀이되며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 하고 끝났다.
미국의 이 같은 태도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방주의 외교 노선과 선을 긋고 “미국이 돌아왔다”며 다자 무대에 복귀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공언과 상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엔의 한 외교관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우리는 미국이 안보리에서 ‘다자주의가 돌아왔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다짐을 실천할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안보리는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되는 와중에도 조용할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유엔의 이 같은 대응은 미얀마 사태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군의 무차별 총격으로 수많은 미얀마 시민들이 학살당했지만 각국이 “군부를 규탄한다”는 개별 성명만 발표했을 뿐, 유엔 차원의 일치된 결의안이나 제재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미얀마 사태는 이-팔 분쟁과는 반대로 미국 등 서방 국가가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군부와 우호관계를 맺은 중국과 러시아가 이에 반대하면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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