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20년전부터 부적절 관계".. 이사회 퇴진 이유

김광태 2021. 5. 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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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연일 각종 추문 이어져
현지언론 "내연관계 오랫동안 유지"
게이츠 측 "자선사업 위해 퇴진
작년 사퇴는 이번 일과 관련없다"
2017년 9월 한 행사에 나란히 참석한 빌 게이츠 부부 [로이터=연합뉴스]

아내 멀린다와 이혼을 발표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약 20년 전부터 한 사내 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게이츠는 MS 이사회에서 물러나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블룸버그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16일(현지시간) 빌 게이츠 부부가 이혼에 이르게 된 내막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2019년 말 MS 이사회는 자사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한 여성에게서 2000년부터 수년간 빌 게이츠와 성적인 관계를 맺어왔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받았다. 2019년은 멀린다가 변호사를 고용해 본격적으로 이혼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진 때다.

이사회는 이를 검토한 뒤 외부 법률회사를 고용해 진상 조사에 나섰다. 당시 빌 게이츠가 물러나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지난해 3월 빌 게이츠는 자선사업에 힘쓰겠다면서 이사회에서 스스로 물러난 바 있다. 당시는 그가 이사에 재선임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때 그에 대한 조사는 진행 중이었다.

그의 대변인은 "20년 전 내연 관계가 있었지만 좋게 끝났다"면서 "그가 이사회에서 물러난 것은 이번 일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빌 게이츠는 지난 3일 27년간 결혼생활을 이어온 아내 멀린다와 이혼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후로 각종 추문에 휩싸이고 있다. 당시 둘은 이혼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가 성범죄자였던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친분을 이어가자 멀린다가 크게 분노했다는 외신들의 보도가 나왔다. 엡스타인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숱한 성범죄를 저질렀다가 2019년 8월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이뿐 아니다. 빌 게이츠가 MS나 자선단체 '빌앤드멀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여성들에게 접근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종종 해왔다는 여러 사람의 증언이 나와, 그의 외도가 이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 두 명을 인용, 빌 게이츠가 2006년 자신 앞에서 보고서를 발표한 MS 한 여성 직원에게 개인적으로 이메일을 보내 저녁을 함께 먹자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당시 그는 "만약 불편하면 없었던 일로 해달라"고 썼고, 이 여성은 결국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로부터 1∼2년 뒤 그는 뉴욕으로 출장 가던 중 동행한 여성 재단 직원에게도 "너랑 만나고 싶다. 나랑 저녁 먹겠느냐"라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빌 게이츠의 대변인 브리짓 아놀드는 "게이츠가 자신의 결혼에 대해 말했거나 멀린다를 비난하는 방식으로 말했다는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며 "직원을 학대했다는 주장도 거짓이다. 게이츠의 이혼을 둘러싼 소문과 추측이 점점 터무니 없어진다"고 말했다.

게이츠의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액도 천문학적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빌 게이츠의 재산은 1305억달러(약 146조2000억원)로 세계 4위 수준이다. 아직 재산 분할 방식과 규모를 포함한 구체적인 절차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역대 가장 값비싼 이혼 기록 중의 하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1994년 결혼해 27년간 결혼 생활을 유지한 데다 멀린다 게이츠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회사의 마케팅 매니저였던 점 등이 고려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두 사람의 이름을 붙여 사회 공익사업을 벌이는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운영할 만큼 아내도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앞서 기업인의 이혼 중에는 온라인 유통기업 아마존 총수 제프 베이조스의 2019년 사례가 '역대급' 기록이다. 베이조스는 재산 분할로 아마존 전체 주식의 4%, 금액으로 환산하면 383억 달러(약 44조 8000억원)를 헤어지는 배우자 메켄지에게 넘겼다. 베이조스는 당시 재산분할 뒤에도 1천148억 달러(약 134조원) 상당의 아마존 지분을 소유해 세계 최고 부호 자리를 유지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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