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정한 입장 취해야"..이·팔 사태 놓고 미국에 반격
[경향신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순회 의장국을 맡고 있는 중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충돌 사태에 대해 미국의 태도를 공격하고 있다. 동맹국과 함께 중국 신장 지역 무슬림 인권 문제를 지적해 온 미국이 팔레스타인 이슬람 교도들이 희생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에 면죄부를 주며 위선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6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안보리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충돌에 대해 강력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며 “한 국가의 저지로 안보리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이 책임을 다하고 공정한 입장을 취해 안보리가 사태 완화와 신뢰 재건, 정치적 해결을 위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우방인 미국의 반대로 안보리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충돌 사태에 대해 공동 성명을 채택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5월 안보리 순회 의장국으로 중국이 주재한 이날 공개회의에서도 안보리는 공동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앞서 미국은 두 차례 열린 안보리 비공개 회의 때부터 막후에서 진행 중인 외교적 해결 시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안보리의 공동 성명 채택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5일 샤 메흐무드 쿠레시 파키스탄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충돌 사태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며 “중국은 5월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공동 성명 초안을 작성했지만 국제 정의의 반대편에 선 미국으로 인해 합의문을 내지 못했다”고 미국을 겨냥했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이슬람교도의 인권을 얘기하면서 최근 이스라엘과의 충돌로 팔레스타인 이슬람교도들이 전쟁과 고통에 휩쓸렸지만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안보리가 이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화 대변인은 이어 “미국은 소수 동맹국과 함께 거짓과 정치적 편견을 가지고 유엔 명의로 신장 관련 문제에 대한 회의를 열기도 했다”며 “미국은 팔레스타인 이슬람교도의 삶도 똑같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미국의 이중적 태도를 비난했다.
그동안 신장 지역 무슬림 인권 문제로 미국과 동맹국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 온 중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충돌 상황을 고리로 미국에 반격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관영 매체도 공격에 가세했다.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미국은 중국 신장 문제에 대해 무슬림 인권 보호에 힘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팔레스타인 무슬림 살해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며 “미국이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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