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선전매체, 윤석열 겨냥 풍자콩트.."반짝했다 사라질 수도"

정유진 2021. 5. 1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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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외선전매체에 의외의 인물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야권의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입니다.

■ “반짝했다 사라질 수도”... 北 대외선전매체, 윤석열 전 총장 겨냥 ‘콩트’

윤석열: 반짝 했다가 사라진다구? 그럼 내가 별찌란 말이야?....징조가 나쁘다 나빠. (갑자기 무엇인가 넘어지는 소리) 어이쿠! 이놈의 의자가…

북한 선전매체인 ‘통일의 메아리’ 가 오늘(17일) 8분 분량의 음성파일과 함께 올린 방송극 대본의 일부입니다. 윤 전 총장과 부인인 김건희 씨를 등장인물로 내세운 풍자극인데, 두 등장인물의 대화가 주를 이루는 라디오 방송용 ‘콩트’ 형태입니다.

북한 매체는 여기서 윤 전 총장을 별찌(별똥별)처럼 반짝하고 사라질 수 있는 인물로 묘사했는데요. 북한 매체들이 국내 정치인들을 거론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렇게 특정 정치인을 주인공 삼아 방송극까지 만들어 올린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다음 대선에 대한 북한의 높은 관심을 나타낸다고도 볼 수 있는데, 북한은 국내 정치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연극은 윤 전 총장의 부인인 김건희 씨가 한 언론사의 전화를 받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국민의 힘에 입당할지, 제3지대로 나설지를 물어보기 위한 인터뷰 요청을 받는다는 설정입니다. 그만큼 북한이 윤 전 총장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김건희: 《동아일보》기자에게서 인터뷰 요청 전화가 온 걸 거절했어요. 보나마나 뻔해요. 당신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겠느냐, 3지대에 나서겠느냐 알자는 거겠죠. 모두가 어느 정치세력에게 당신이 가 붙을지 알고싶어 몸살이군요.

그러면서 윤석열 전 총장을 매우 부정적인 인물로 그리는데요. 심복을 ‘똘만이’라고 부르는가 하면, 공익에는 관심없고 사리사욕을 챙기는 욕심많은 인물로 묘사합니다. 윤 전 총장의 부인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나, 부인과의 나이 차이까지 언급하며 세세하게 윤 전 총장을 깎아내리는데, 북한이 윤 전 총장에 대해 가지고 있는 반감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김건희: 일단 집에 들어오면 나만 생각하라니까요. 당신 그래 누구에게 《충성》한다구요. 백성들한테?
윤석열: 무슨 말라빠진 백성이야. 바로 당신한테지. 내 그래서 당신이 연루되어있는 《도이취모터스》회사의 주가조작사건을 열성껏 덮어버렸잖아. 장모님의 사기범죄두 말이야.
김건희: 응당 그래야지요. 내가 괜히 나이가 12년이나 우(위)인 당신 품에 안긴 줄 알아요? 내 마음속에서까지 당신이 별찌가 되여버리지 않길 바래요.

■ 국내 정치상황에 촉각... 나름의 ‘판세 분석’도

국내 정치상황에 대해서도 북한 나름의 판세분석을 내놓습니다.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의 ‘윤석열 마케팅’과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윤 총장 관련 언급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종인 령감(영감)’이라 부른 김 전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는 ‘흉측하다’고 묘사하며 ‘속내를 통 모르겠다’고 하는데, 대권 레이스에서 김 전 비대위원장의 향후 행보와 역할에 대한 북한의 관심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윤석열: 가만, TV에서 또 내 소리를 하누만.

(여 방송원의 목소리)

《국민의힘》안에서는 윤석열에게 7월까지는 자기 당에 무조건 들어와야 한다고 하고 김종인은 만약 윤석열이 《국민의힘》에 들어가 흙탕물속에서 놀면 백조가 오리로 되는것이라고 반대의사를 표시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윤석열측근인 한 판사는 윤석열에게 어서 와주십사 하고 코잡고 절하던 《국민의힘》이 이제 와서 큰소리를 치는것은 서울, 부산 시장선거에서 저들이 이겼다고 기고만장해서 부려대는 허세이며 김종인의 발언은 자기와 손잡고 《대선》에 나가야만 한다는 암시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윤석열: 그래그래. 그런데 《국민의힘》의 허세는 알만한데 그 흉측한 종인령감의 속통(속내)은 통 모르겠거든.

방송극은 부부의 대화를 통해 윤 전 총장이 ‘별찌(별똥별)’처럼 “반짝 했다가 사라질 것”이라며 비꼬면서 마무리됩니다. 지난 1월과 3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윤 전 총장을 향해 “별의 순간이 보일 것”, “별의 순간을 잘 잡은 것”이라며 대권에 도전할 기회가 왔다고 한 발언에서 따온 것으로 보입니다.
김건희: 아이구. 여론도 좋지 않은데 《별의 순간》타령은 그만하라요. 한때 《대선주자》로 이름을 올렸다가 돌덩이같이 추락해버린 반기문처럼 당신도 반짝했다가 종당에 사라져버릴지 어떻게 알겠어요.

윤석열: 반짝 했다가 사라진다구? 그럼 내가 별찌란 말이야?....징조가 나쁘다 나빠. (갑자기 무엇인가 넘어지는 소리) 어이쿠! 이놈의 의자가…

■ “남측 손바닥보듯 들여다보고 있어”... 北 속내는?

야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방송극까지 만들어 올린 북한. 북한의 속내는 대체 뭘까요?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외선전매체라 할지라도 문구 하나하나까지 북한 당국의 철저한 검열을 받는다”며 “결국 북한의 대남담당 부서에서 남쪽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 홈페이지 화면


특히 유력 정치인에 대해 “‘우리가 당신을 이렇게 인식하고 있으니, 제대로 준비하고 대응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남한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북한은 ‘우리가 당신을 이렇게 보고 있다’하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 일종의 ‘길들이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는 겁니다.

임 교수는 “북한이 대남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는 남한의 국내정치 상황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북한은 이것이 곧 자신들이 원하는 북미대화, 남북대화를 위한 여건과 환경 조성에 핵심적 요소라고 본다”며 “특히 북한이 이런 인물에 대한 분석, 평가를 바탕으로 대남정책 등을 정립하기 때문에 북한의 이런 평가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도 비슷한 해석을 내놨습니다. 전 교수는 “ 북한도 남북관계가 지금보다 더 나빠지는 것은 원하지 않고, 최소한 현 상황이 유지되기를 원하는 입장일 것”이라고 진단하며 “(이런 컨텐츠의 경우) 남쪽 정치권이나 해외 교포들을 주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우리는 남한 사정을 이렇게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걸 과시하면서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인물이 북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들어올지, “입장 정리를 분명히 하라”는 뜻으로 읽힌다고 진단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런 측면에서 북한의 이러한 컨텐츠가 한번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임 교수는 “정치의 계절이 본격화되면서 이런 형태의 컨텐츠는 더 많아질 것이다. 다른 후보들에 대해서도 시리즈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전 교수도 “대상을 윤석열 전 총장 한 명으로만 정해놓은 게 아니라 후속으로 다른 주자들을 시리즈로 할 수도 있다”며 “어쨌든 새로운 매체의 방식으로 계속 관여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 힘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전 총장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야권의 ‘러브콜’과 ‘견제’를 동시에 받고 있는 윤 전 총장, 북한 정치풍자극의 첫 번째 주인공까지 맡게 됐으니 북한에서 먼저 유력 대선주자로 인증한 셈인데요. 본격적으로 펼쳐질 대선 레이스에 국내만큼이나 북한의 이목도 쏠려 있는 상황, 북한의 풍자극이 계속 이어질지 궁금해집니다.

정유진 기자 (trul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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