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미꾸리처럼 '창자 호흡'이 가능할까

조홍섭 2021. 5. 1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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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 산소가 부족해 아가미로 호흡이 어려워지면 미꾸리는 표면에 올라 공기를 삼킨다.

소화관을 거쳐 창자에 이른 공기 방울 속 산소는 빽빽한 혈관을 통해 몸속으로 흡수된다.

연구자들은 "이 방식으로 산소가 혈관에 전달돼 호흡부전 증상이 완화하는 것을 쥐와 돼지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줄기세포로 만든 미니 장기에 과불화화합물을 흡수시켜 화학물질이 안전한지를 확인하는 한편 장호흡이 실제 혈관으로 산소를 이동시키는지와 인체 안전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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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쥐와 돼지 실험서 장호흡 확인..코로나19 호흡부전 환자에 활용 기대
미꾸리란 이름은 미끄럽다는 데서 온 게 아니라 항문으로 공기 방울을 내는 모습에서 왔다. 늘 방귀를 뀌어 ‘밑이 구리다’는 이름을 얻었다. 우리 조상은 미꾸리의 장호흡을 간파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물속 산소가 부족해 아가미로 호흡이 어려워지면 미꾸리는 표면에 올라 공기를 삼킨다. 소화관을 거쳐 창자에 이른 공기 방울 속 산소는 빽빽한 혈관을 통해 몸속으로 흡수된다.

미꾸리는 이런 창자 호흡으로 다른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더러운 물이나 땅 위에서도 한동안 생존한다. 해삼이나 일부 메기와 자라에서 발견되는 이런 장호흡이 포유류에서도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다케베 타카노리 일본 도쿄 의과 치과대 교수 등은 과학저널 ‘메드’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쥐, 생쥐, 돼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며 “직장을 통한 산소 공급으로 코로나19 등 심각한 호흡기질환자의 치료에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집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항문에 주입한 산소는 혈관을 타고 심장에 도달했다. 장호흡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포유동물의 창자가 산소를 흡수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먼저 덩치가 작은 쥐와 생쥐를 산소부족 상태에 몰아넣고 직장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는 실험을 해 항문으로 넣은 산소가 심장에 도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대부분의 생쥐는 치명적인 산소 고갈 상태에서 수명을 연장했다.

그러나 이 실험은 미꾸리처럼 산소가 혈관에 쉽게 녹아들도록 직장의 벽을 긁어 얇게 한 상태에서 이뤄졌다. 실제 임상에서 적용하기 힘든 방법이다.

연구자들은 이에 산소를 잘 흡수하는 액체인 과불화화합물을 이용해 산소를 공급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 액체는 인공혈액으로 많이 연구되는 물질로 1960년대 마취한 쥐를 여러 시간 동안 이 액체에 잠긴 상태로 두어도 액체 속 산소 덕분에 생존한 실험으로 유명하다.

돼지는 사람과 장기의 크기가 비슷해 종종 동물 실험의 대상이 된다. 돼지에서도 장호흡이 확인됐다. 벤 솔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 액체를 항문으로 주입한 돼지와 쥐에서 산소 공급 효과가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이 방식으로 산소가 혈관에 전달돼 호흡부전 증상이 완화하는 것을 쥐와 돼지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포유류의 항문 근처에는 정맥이 모여 혈행이 활발하고 점막이 얇아 투여한 약물이 신속하게 혈액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케베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값비싼 인공호흡기와 인공심폐장치(체외 인공허파, 에크모) 부족사태가 벌어져 환자의 목숨을 잃는 사태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인체 안전성이 확인된다면 장 환기법이 심각한 호흡부전을 겪는 환자의 목숨을 구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케베 교수팀은 최근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기금 모금에 나섰다. 연구자들은 줄기세포로 만든 미니 장기에 과불화화합물을 흡수시켜 화학물질이 안전한지를 확인하는 한편 장호흡이 실제 혈관으로 산소를 이동시키는지와 인체 안전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폐쇄회로 화면으로 본 국립중앙의료원의 코로나19 입원환자 모습. 이들이 심각한 호흡부전을 앓을 때 값비싼 인공호흡기나 인공 허파를 대신할 산소공급 방법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칼레브 켈리 미국 예일 의대 박사는 이 논문에 대한 논평에서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 미생물군집을 만성 염증 질환자의 대장에 이식하는 (최근의 인기 있는) 기법도 오랫동안 비현실적이고 역겨운 일로 간주됐다”라며 “장호흡이 과학적이고 의학적으로 주목되는 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인용 저널: Med, DOI: 10.1016/j.medj.2021.04.00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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