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원장 2차전..野 "김오수 연계" vs 與 "그래도 못 줘"
野 "법사위 정리돼야 인사청문 가능..입법횡포 안 돼"
與 "김부겸 총리 인준 몽니부리고 또 흥정하잔 거냐"
여야 수석 회동도 별무소득.."법사위 해결이 첫 단추"
[서울=뉴시스]정진형 이창환 여동준 김승민 기자 = 장관 인사청문 정국을 마무리지은 여야가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재격돌했다.
국민의힘이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법사위원장 재배분 연계 전략을 펴자, 더불어민주당은 절대 불가의 입장을 재확인하며 맞받아쳤다.
발단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개최한 기자간담회다. 그가 김오수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과 관련해 "법사위원장 문제를 마무리지어야 그 다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며 두 사안을 연계시키면서 갈등이 재점화했다.
김 대행은 아울러 민주당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이 된 윤호중 법사위원장과 백혜련 간사 후임 교체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김 대행은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국민의힘은 비록 소수야당으로서의 한계에 부딪혀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만을 섬기며 문법(文法) 위에 헌법이 있고 문심(文心)보다 민심이 우선한다는 사실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민주당은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김오수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하루 빨리 진행하고 싶은 마음뿐이겠지만, 김 후보자야말로 앞서 강행 임명한 장관 인사보다 더 심각한 부적격 인사"라고 김 후보자를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민주당이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국민의힘은 물론 국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다"며 "국민의힘은 174석 민주당의 입법 횡포를 막아 내고, 대화, 토론, 타협이 기본이 되는 국회를 위해 잘못 꿴 첫 단추를 바로 잡겠다는 심정으로 향후 국회 일정에 임하겠다"고 했다.
지난번 김부겸 국무총리 인준과 세 장관 후보자 임명을 연계한 데 이어 이번에도 김 후보자와 법사위원장 재배분을 결부시키며 사실상 배수진을 친 셈이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는 민생경제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은 자리다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윤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만 고집하며 국정의 발목을 잡고 민생을 무시하고 인사청문회도 거부, 상임위원회도 거부하는 투쟁일변도의 국민의힘은 국난극복과 민생 회복을 위해 국회에 빨리 들어와 일해달라"고 촉구했다.
직전 법사위 간사인 백혜련 최고위원도 "야당이 결격 사유가 없는 것을 잘 알면서도 총리 인준에 반대하는 몽니를 부렸고, 이제는 법사위원장과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흥정하자고 하고 있다"며 "법사위원장 선임과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는 완전히 다른 문제로,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가세했다.
다음 간사로 내정된 박주민 의원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은 특별하게 법사위원장을 넘길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박 의원은 이른바 '양보 후 협치'에 대해선 "법사위원장을 단순히 형식적, 기계적으로 야당에게 넘기고 나서 협치를 하려고 한다고 하는데 어떤 효과나 또는 어떤 결과는 (야당에서) 못 내놓는다(고 하는 것)"이라며 "잘 모르겠다. 어느 것이 더 좋을지"라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송영길 대표는 "임시국회가 조속히 정상화되기를 바란다"며 "우리 국회가 일할 시간이다. 여러 가지 전환적 상황에서 여야가 같이 힘을 합해서 새로운 김부겸 총리 내각체제와 협력해서 일을 풀어가길 기대한다"면서 야당을 달랬다.
여야 입장차는 실무 협상이 '빈손'으로 끝나며 극명히 드러났다. 민주당 한병도·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만나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비롯한 5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추 수석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어제 김기현 원내대표 얘기대로 의사일정의 첫 단추는 법사위원장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오랫동안 정착해온 국회 관행대로 야당에 돌려줘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국회 의사일정에 관한 구체적 협의가 가능하다는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한 수석은 "우리는 김오수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돼있기 때문에 절차에 따라 해야하지 않느냐고 요청했다"며 "야당에서 법사위원장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마링 있어서 또 돌아가서 협의하고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각 당으로 돌아가 추가 논의 후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결국 실무 협상은 법사위 재배분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인사청문 일정 조차 잡지못한 채 별무소득으로 끝난 셈이다.
민주당은 박광온 의원을 법사위원장에 내정했지만 박병석 국회의장이 여야 협의를 주문하면서 아직 본회의 선출 절차를 마치지 못했다. 민주당은 오는 20일 본회의에 법사위원장 선출 건을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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