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 성장의 징검다리, 특례상장의 득실 따져보니

김태현 기자 2021. 5. 1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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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기업 징검다리 특례상장①]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기술력 있는 기업들의 상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한 특례상장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특례상장만 12건으로 연간 수치는 역대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26건)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증시 활성화와 IPO(기업공개) 시장에 몰리는 관심 덕에 특례상장을 추진하는 후보 기업들도 상당하다.

2005년 3월 특례상장이 도입된 이후 코스닥 시장 환경도 크게 변했다. 코스닥을 이끄는 무게 축은 IT에서 바이오로 이동했고, 상장기업 수는 2004년 890개에서 1468개(2020년 기준)로 시가총액은 31조원에서 385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특례상장은 가능성 있는 기술기업을 성장시키는 마중물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상장 후 상당기간 시간이 흘렀으나 수익성 개선이 늦어지는 곳이 허다하다는 것이다. 2005년 특례상장 1호 헬릭스미스는 상장 이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터다.
낮아진 특례상장 문턱…올해 역대 최대 기록 전망
국내 특례상장 제도는 기술특례상장, 성장성특례상장, 이익미실현 특례상장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2005년 기술특례가 도입됐고, 2017년 성장성과 이익미실현 특례가 추가됐다.

특례상장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상장을 위한 재무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기술 혁신성을 기반으로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들이 상장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제도를 만든 건 16년 전이지만, 특례상장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건 2015년 이후부터다.

한국거래소는 2015년 특례상장 활성화를 위해 기술평가기관을 전문평가기관 22개사에서 TCB(기술신용평가) 3개사로 전환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강화했다. 또 평가기간을 6주에서 4주로 단축하고 기술평가 수수료도 낮췄다.

이 결과 국내 특례상장은 빠르게 늘어났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1.7개였던 특례상장 건수는 △2015년 12개 △2016년 12개 △2017년 5개 △2018년 22개 △2019년 23개 △2020년 26개로 늘었다. 개인투자자들의 높아진 공모주 관심도 특례상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박종식 한국거래소 기술기업상장부 부장은 "기술특례상장 활성화를 위해 두 곳 이상에서 받아야 했던 기술평가를 한 곳에서만 받아도 상장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특례상장을 간소화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라면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고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다양해지는 특례상장 업종…평균 데뷔연도 12년
최근 특례상장의 특징은 업종의 다양화다. 과거 바이오에만 집중됐던 특례상장이 소프트웨어와 소부장 그리고 헬스케어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올해 상장한 15개 특례상장기업 중 △바이오다인 △네오이뮨텍(Reg.S)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을 제외한 나머지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6개)과 소프트웨어(5개)에 집중됐다. 오락문화 업종으로 분류되는 메타버스 전문기업 자이언트스텝도 지난 3월 상장했다.

이달 26일에는 수제맥주 전문업체 제주맥주가 이익미실현 특례로 상장한다. 과거 건강기능식품 기업이 특례상장한 적은 있지만, 전문 식음료 기업이 특례상장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특례상장기업들이 설립에서 상장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은 12년으로 집계됐다. 상장까지 가장 오래 걸린 기업은 소프트웨어 업체 솔트룩스로 설립에서 상장까지 39년이 걸렸다. 가장 짧은 시간이 걸린 기업은 에이비엘바이오로 설립에서 상장까지 2년 8개월이 걸렸다.
상장 후 적자지속 기업 48곳…지속되는 자본잠식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특례상장은 모험자본 활성화와 혁신기업의 자금 조달이라는 측면에서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상장 이후 지속되는 실적 부진은 시급한 숙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실적 비교가 가능한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상장한 특례상장기업 91곳의 연간 실적을 비교해봤다. 그 결과 48곳이 상장 이후 단 한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하고 영업적자를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흑자를 기록한 기업은 21곳에 불과하다.

지속되는 적자는 자본잠식으로 이어진다. 특례상장기업 132곳 중 제넥신, 샘코, 라이프시맨틱스를 제외한 나머지 129곳은 지난해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금을 확충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돈을 벌지 못하면 생존을 담보하지 못한다.

상장 폐지되는 특례상장기업이 나올 수도 있다. 특례상장기업은 코스닥 퇴출 요건인 2년 연속 △매출액 30억 원 미만 △자기자본 50% 이상 잠식에 있어 상장 후 각각 5년, 3년 유예기간을 갖는다. 유예기간이 지난 이후에는 다른 코스닥 상장기업들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퇴출 유예기간이 지난 특례상장 기업은 바이오니아, 헬릭스미스, 크리스탈지노믹스를 비롯해 총 31곳이다. 올해부터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상장 폐지될 수 있다.

현재 샘코는 지난해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아 상장폐지사유가 발생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고, 신라젠과 캔서롭은 상장적격성 심사로 현재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지난해로 면제요건이 해지된 큐리언트도 지난 14일 실적 부진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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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thkim1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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