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회 '견제·감시' 부실이 자초한 '레고랜드 혼란'

강원CBS 박정민 기자 2021. 5. 1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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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총괄개발협약 검증 미비, 강원도 권리의무 동의안 통과
테마파크 개장 1년 앞둔 현재까지 "불공정 추진 반복, 도의회 제어 기능 상실" 지적 이어져
신영재 강원도의회의원. 강원도의회 제공
2018년 12월 14일 277회 정례회 3차 본회의가 열린 강원도의회 본회의장.

한금석 의장 앞 단상에 당시 도의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신영재 의원이 자리했다. 의정 사상 처음으로 10대 강원도의회 의석 분포는 더불어민주당 35명, 자유한국당 11명으로 민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신 의원은 격앙된 목소리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현명한 선택을 호소했다.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 총괄개발협약(MDA)과 연계된 강원도 권리의무 변경 동의안 최종 표결처리를 앞둔 상황이었다.

MDA는 레고랜드 테마파크를 비롯한 주변 개발 사업에 영국 멀린사의 투자 유치를 늘려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 핵심이었지만 강원도의 법적 책임이 과다하다는 분석이 야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 제기돼왔다.

신 의원은 "어떤 일이든 서둘러 가려고 하면 반드시 실패할 수 있다고 보는데 이번 일은 분명히 잘못된 사안인 걸 알면서도 그릇된 결정을 한 많은 의원님들을 보며 안타깝게 생각한다. 소신있는 의회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제부터는 멀린(춘천 레고랜드 외국인투자 회사)에서 요구하는대로 거의 사업이 끌려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계약상으로도 강원도와 엘엘개발(중도개발공사)이 멀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없다.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오늘(14일) 동의안이 부결돼서 강원도 권리를 찾아나가는 길이었는데 우리 강원도 의도대로, 방향대로 사업을 끌고 갈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원도는 협약 발효일에 즉시 200억원을, 중요 계약 체결일에 나머지 600억원을 즉시 투자하도록 돼 있지만 멀린의 대응 투자 계획은 없어 결국 우리 돈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고랜드 추진사업을 통해 지역발전을 도모하려는 뜻에 동의하고 공감한다"면서도 "절차와 법은 존중돼야 한다. 조금 빨리 가려고 신호등을 무시한다면 결국 사고로 이어지고 걷잡을 수 없는 큰 일로 일을 망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찬성,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기립 방식으로 진행한 표결에서 출석인원 44명가운데 33명이 찬성하고 11명이 반대했다. 33명은 모두 민주당 의원이었고 11명은 한국당 의원이었다. 한국당은 민주당 의원들의 소신 결정을 위한 무기명 투표를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 가운데 남상규, 허소영 의원은 본회의장에 불출석해 기권을 택했다.

표결 직후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의원분들의 우려와 걱정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점검하고 면밀하게 살피겠다. 사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 도민들과 도의회의 걱정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중도유적지킴본부 등 레고랜드 반대 단체 회원들이 지난 6일 강원도의회 앞에서 레고랜드와 연계해 추진하는 강원국제전시컨벤션센터 계획안과 센터 부지 매입 예산안 부결을 촉구하고 있다. 박정민 기자
2년 6개월여가 지난 2021년 5월, 레고랜드 개장은 2021년에서 2022년 3월로 연기됐고 신 의원이 우려했던 '암울한 미래'는 현실이 됐다.

총 5270억원 규모의 외국인투자유치 사업으로 추진한 춘천 레고랜드 사업에 대한 영국 멀린사의 현재까지 실제 투자 입금액은 805억원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상화 강원도의회 의원이 강원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영국 멀린사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통해 입금 신고한 금액은 4월 기준 805억원이다.

춘천 레고랜드 사업은 총 사업비 5270억원 가운데 영국 멀린사가 4470억원, 강원도가 최대 주주인 중도개발공사(GJC)가 800억원을 투자하는 사업 방식이다.

1단계 사업인 레고랜드 테마파크에는 2600억원이 소요되며 이 중 GJC가 800억원을 분담한다. 400억원은 레고랜드 호텔 건설에 멀린사가 직접 투자하는 사업비다. 2단계 사업에는 2270억원이 투자되며 씨라이프, 워터파크, 호텔증축 등이 담겨있다.

강원도는 투자 유치 지원으로 28만여제곱미터 테마파크 부지 50년 무상 임대(50년 추가 연장 가능)와 주변부지개발, 4천대 수용 규모의 주차장 제공 등을 담당하고 있다.

영국 멀린사의 의무는 강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강원도의 의무 이행을 위한 예산 투자는 신속히 진행되고 있는 구도다. 의원들은 예산낭비, 타당성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강원도 요구에 힘을 보태는 선택을 하고 있다.

지난 12일 강원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컨벤션센터 부지 매입 계획안을 한달 만에 입장을 바꿔 가결했고 이틀 뒤 도의회 경건위는 부지 매입 예산안 499억원, 임시 주차장 조성 사업비 30억원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경건위 심의 과정에서 신영재 의원은 앞서 강원도개발공사가 조성 중인 1800여대 수용 규모의 레고랜드 주차장을 2층으로 만들어 예산도 절감하고 컨벤션센터 부지 활용도를 높이자는 제안을 했지만 소수 의견에 그쳤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컨벤션센터 계획안, 부지 매입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과도한 강원도의 부담과 책임 문제를 지적했지만 도의회가 통과시킨 계약을 '방패'로 삼은 강원도 집행부에 '창'을 거둬야했다.

레고랜드 테마파크 주변 도유지를 민간에 비싼 값에 매각해 사업비를 확보하고 2140억원 차입금도 갚겠다던 GJC의 4월말 법인 계좌 잔여금액은 10억원이라고 강원도는 밝혔다. 현재까지 주차장, 컨벤션센터 부지 등은 강원도개발공사, 강원도가 도유지를 재매입하는 방식으로 GJC 사업비, 운영비를 충당하는 구도다.

신영재 의원은 "2018년 12월 강원도의회에서 보다 치밀한 논의와 심사가 이뤄졌다면 레고랜드 사업 성과도 더 높일 수 있고 부정적인 여론도 줄어들 수 있었을 것"이라며 "10대 강원도의회가 지금이라도 최문순 강원도정보다 도민의 미래를 우선하는 의정활동에 만전을 기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강원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7일과 18일, 각 상임위원회에서 심의한 예산안을 종합심사한다. 21일 강원도의회는 2차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 심의 안건과 함께 2차 추경예산안을 최종 의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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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CBS 박정민 기자] jmpar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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