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가 김매자 "내가 왜 맨발로 무대에 섰는지..'깊은 여름'"

남정현 2021. 5. 1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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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13일 오후 4시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서 공연
현대차정몽구재단·한예종 '예술마을 프로젝트-명인시리즈'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김매자 창무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이 11일 서울 마포구 창무예술원 포스트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9.11.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무용가 김매자 명인이 공연 '명인시리즈-깊은 여름'으로 6월 12~13일 오후 4시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깊은 여름'은 전 생애에 걸쳐 한국 춤 현대화에 공헌해 온 김매자의 대표작과 춤 정신을 그의 인생 일부 장면과 함께 관객에게 전한다.

김매자는 이번 공연에 대해 "내 춤의 시리즈인 '춤본'이 국어사전에까지 등재됐다. 그것이 전체적인 김매자의 삶이고 김매자 춤의 방법론이다. 이 방법론이 내 춤에서 왜 필요한지를 내레이션과 짤막한 영상과 함께 보여줄 예정이다. 내가 왜 맨발로 무대에 섰는지, 일부 장치와 세트들을 왜 무대에 도입했는지 등을 설명하며 내가 우리 전통을 어떻게 제시했고, 어떻게 전통을 (현대로) 가져왔는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춤에 대한 김매자의 이론적 영역은 그의 '춤본'으로 집약된다. 춤의 어법이라고 할 수도 있는 '춤본 Ⅰ, Ⅱ'는 한마디로 김매자 춤의 기본틀이면서 동시에 넓게는 세상 모든 춤의 탄생과 방법에 대한 철학적 탐구다.

김매자는 1997년 일무(日巫)라는 1시간 가량의 솔로 작품을 통해 본격적으로 춤본을 활용해 한국 춤의 구조적 틀을 세상에 내놓았다. 한국예술소가 예술 분야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고전 작품 1위로 무용 분야에서 김매자의 '춤본 Ⅰ, Ⅱ'(1987·1989)가 선정된 바 있다.

이번 공연은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가 극본을, 창무회 김매자의 '심청' 대본과 연출을 맡았던 무용 연출의 대가 이재환이 연출을, 예술마을 프로젝트의 예술감독 유사원이 제작총괄을 맡았다. 김매자는 이번 공연을 위해 제작진과 지난해 10월부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제목 '깊은 여름', 김매자의 현재는 '결실 맺을 시기'란 뜻

김매자는 작품의 제목 '깊은 여름'에 대해 "이동연 교수가 재 책 '춤본'을 연구하고, 제 인터뷰까지 찾아보셨다고 하더라. 제목을 놓고 토론을 많이 했다. 제가 9년 전에 '봄날은 간다'라는 작품을 했다. 나는 (내 현재 시기가) 이미 가을도 가고 겨울이라고 생각하는데, (제작진이) 여름이라고 해서 부끄러워서 못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랬더니 이분들 말씀이 '선생님이 가진 것이 이제 쌓여 이것을 펼칠 때다. 그야말로 꽉찬 여름이라 결실을 맺어갈 때'라고 말씀해 주시더라. 다들 그렇게 말해서 민망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그의 삶을 4개의 키워드 '길의 탄생', '태생적 무(舞)-차이와 반복', '마술적 도포', '깊음 여름'으로 재구성해 각 장을 구성했다. 특히 프롤로그의 '창무이즘'은 이 공연의 주제의식을 담은 것으로, 이를 위해 테마곡도 새롭게 작곡됐다.

1부 '길의 탄생'은 얼음 강을 건너 월남했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김매자가 춤의 길에 들어서기까지 역동적인 역사를 보여준다. 가족의 반대를 뒤로하고 한국 창작 춤의 역사를 새로이 열기까지 명인 김매자가 걸어온 삶을 담아내며 동시에 김매자와 창무회가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태생적 무-차이와 반복'(2부)은 창무회의 춤 정신에 대해 다룬다. 김매자 춤 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차이와 반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창무회를 창단했던 치열했던 지난 날부터 창무회 단원들과의 인간적인 이야기까지 김매자의 삶을 다양한 각도에서 재조명한다.

이어지는 '마술적 도포'에서는 한국 창작무를 세계에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한 글로벌 춤꾼 김매자를 조명한다. 또한 이미 오래전부터 문학, 미술, 영상과 함께 융합적인 퍼포먼스를 시도했던 실험적인 춤꾼으로서의 모습도 함께 담는다. 마지막 '깊은 여름'에서는 보다 깊어진 김매자의 삶과 춤을 마지막으로 조명하며 김매자와 '창무회'가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해 생각해 본다.

현대차정몽구재단·한예종 '예술마을 프로젝트'의 일환

[서울=뉴시스]포스터(사진=현대차정몽구재단, 한국예술종합학교 제공)2021.05.17 photo@newsis.com
한국에서 춤의 한 장르로 '창무'가 언급되곤 한다. 그 창무류로 일컬어지는 창무의 본류는 1976년 무용가 김매자가 설립한 '창무회'다. '창무'는 '창작 무용'의 준말로,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궁중무용과 불교의식무용, 민속무용, 무속춤(굿) 등을 두루 연구했으며, 무형문화재 제27호인 한영숙류 승무의 이수자인 그는 단순히 '한국무용가'로 불리기를 거부한다.

특히 그는 1975년 무대 위에 맨발로 올라 한국의 무용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고운 비단옷을 차려 입고 버선 발로 우아하게 올라 선보이는 이전까지의 한국무용 전통을 거부하고, 맨발에 삼베·모시옷을 입고 무대에 섰다. 터부시됐던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몰고 다녔다.

현대차정몽구재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는 2015년부터 문화예술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예술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예술마을 프로젝트는 지역 마을이 지닌 문화적 자산과 장르별 예술을 연계해 지역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의 감동과 가치를 향유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의 장을 만드는 데 목적은 둔다.

'예술마을 프로젝트'의 여러 사업 가운데에서도 '명인시리즈'는 일생을 한국 예술에 헌신한 국악계 명인들의 일대기를 재조명해, 그들의 삶에 투영된 예술의 가치를 사회로 확산하기 위해 시작됐다. 주최 측은 2019년 명창 안숙선의 '두 사랑', 지난해 명인 김덕수의 '김덕수전(傳)'에 이어 세 번째 명인으로 김매자 명인을 선정했다.

김매자는 '명인시리즈'의 주인공이 된 소감에 대해 밝히면서도 특유의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너무 영광입니다. 제가 처음 춤을 시작할 때는 무용이라는 개념도 없었어요. 춤이 좋아서 하다 보니 교수도 되고, 명인이라고까지 불러 주네요. 과연 제가 명인이 될 자격이 되나 싶습니다. 한국은 기업에서 순수예술을 후원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선뜻 후원에 나서 준 정몽구재단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한편 이날 예정된 관련 기자간담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 악화로 당일 취소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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