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보이스피싱..신고 사실까지 알아채 교묘히 속여

제주경찰청, 현금 수거책 검거..공범 수사 중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아빠! 휴대폰이 깨져 수리 맡겨서 이 번호로 연락해!'

17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2일 이런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60대 A씨는 자녀가 보낸 것인 줄 알고 답장을 보냈고, 이후 '아빠 휴대전화를 잠깐 빌리려는데, 본인인증에 필요한 앱을 깔아 인증해야 한다'고 하자 해당 앱을 설치했다.

그러던 중 A씨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신고를 했다.

그러나 이미 A씨의 휴대전화를 해킹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신고 사실까지 알아차리고는 이를 역으로 이용해 대검찰청, 금융감독원, 은행 지점장을 사칭하며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들은 A씨에게 "은행에 있는 돈을 모두 찾아라. 안전을 위해 금감원 직원을 보낼 테니 그 사람에게 돈을 맡겨라"라며 교묘히 속여 현금을 준비하게 했다.

이후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B씨(30대)는 제주시 모처에서 A씨와 만나 총 6천900만원을 건네받아 가로챘다.

제주경찰청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 B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B씨는 피해자 2명에게서 5회에 걸쳐 총 1억2천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공범과 피해 자금을 추적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 신고로 피해를 예방하거나 피의자를 검거한 경우 신고 보상금을 적극적으로 지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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