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 "文비서관 김형연 이재용 변호, 내로남불의 정점"
[인터뷰] 김경율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김형연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이재용 변호 강력 비판
"문 대통령, 전관특혜 척결의지에도 버젓…이재용 사면용 행보, 文 역사오점 남기지 말아야"
김형연 전 비서관 비판 쏟아지자 결국 사임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판사 출신의 김형연 변호사가 이재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의 변호인단에 합류했다가 언론에 알려지자 사임했다. 이재용 사면론의 불이 지펴지는 상황에서 청와대 출신 인사가 어떤 역할을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쏟아졌다.
문재인 정부는 특별사면 대상자에 부패범죄를 저지른 정치인·경제인·공직자나 강력범죄자를 배제해왔다. 이런 정부의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청와대를 떠나 최악의 정경유착 뇌물사건 범죄자의 변호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야말로 이 정권에서 벌어진 최악의 내로남불 사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경율 회계사는 미디어오늘에 “내로남불의 정점을 찍은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비서관은 사법연수원 29기로 2000년 서울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17년간 판사를 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2019년엔 법제처 차장을 하다 지난해에 법무법인 동인으로 들어가 지금까지 변호사로 활동중이다. 김 전 비서관이 이재용 전 부회장 변호인이 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사건진행내용을 보면, 이재용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박정제 부장판사) 2월26일 법무법인 동인이 변호사선임신고서를 제출했다. 한겨레 등에 따르면 김 전 비서관은 지난달 22일 이 부회장 첫 공판기일에도 출석했다.
김앤장 법률사무, 법무법인 태평양, 화우 등 국내 최대 로펌이 이 부회장을 변호하고 있는데도 김 전 비서관까지 합류한 것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근무 경력을 활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김 전 비서관의 청와대 근무 시기가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가 이 부회장 및 삼성 고위 관계자들을 수사하던 때와 겹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 12일 경향신문에 이재용 사건 선임 관련 첫 소식이 보도된 후 법조계 인사들과 당시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인사까지 비판하고 나서자 결국 하룻만인 13일에 사임신고서를 냈다. 이 전 부회장 사건 재판부에 따르면, 김 전 비서관을 포함한 법무법인 동인은 사임계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김 전 비서관의 사임관련 공지문을 보면, 김 전 비서관은 “제가 의뢰인 이재용 부회장의 자본시장법위반 사건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일과 관련하여, 일부 언론에서 사실과 다른 추측성 보도가 있었다”며 “비록 사실에 전혀 맞지 않는 보도였지만, 그로 인하여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어서 오늘 변호인 사임서를 제출하였다”고 주장했다.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권 법무비서관을 2년 넘게 하고, 법제처 차장까지 임명된 사람이 어떻게 촛불집회의 원인이 된 이재용의 불법 경영권 승계 사건의 변호를 수임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김 전 비서관은 대체 왜 이재용을 변호하려고 한 것일까.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지낸 경제민주주의21 대표 김경률 회계사는 17일 미디어오늘과 SNS메신저 인터뷰를 통해 김 전 비서관의 이재용 변호인단 합류 행위를 두고 “시중의 견해처럼 사면에 민정수석실이 관여할 수 있는 권한 등에 비춰볼 때, 군불을 떼고 있는 사면론(혹은 가석방론)에 힘을 실어주고 나아가 사면키 위한 행동”이라고 의심했다.
김 회계사는 무슨 생각으로 김형연 전 비서관이 이재용 사건을 수임했는지에 관해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전관특혜를 '척결'한다고까지 한 마당에, 본인은 버젓이 이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에 의아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비서관의 이런 행위는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박근혜 탄핵, 이재용 뇌물 횡령죄 구속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탄생한 문재인정부의 법무비서관을 했던 사람으로서 자기모순이자 자기부정 행위라는 해석을 두고 김 회계사는 “맞는다”며 “이른바 촛불 정신의 한 축이 재벌개혁이었고, (비서관) 재직시 삼성가 오너의 불법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수사가 진행되었음에도 퇴직 후 이를 변호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김 회계사는 “자신들의 사익추구가 공익목적에 부합하다는 착각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며 “이러한 행동들이 공익 나아가 공적영역을 파괴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김 회계사는 김 전 비서관의 행위가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최악의 내로남불 사건이라고 보느냐'는 질의에 “동의한다”며 “내로남불의 정점을 찍었다고 봐야겠다”고 했다.
최근 문 대통령과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삼성 반도체 공장에 방문하고,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가석방 요건 완화에 이재용 부회장도 예외가 아니라고 말했을 뿐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가능성 뉴스가 쏟아지는 상황이 이재용 사면 또는 가석방 움직임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를 두고 김경율 회계사는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횡령, 배임 등 경제범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과 사면권 제한 추진'을 약속했는데도 앞장서 사면 혹은 가석방 분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며 “한 번의 그릇된 판단으로 본인의 삶에 나아가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김형연 전 비서관의 이재용 변호인단 합류 행위에 양홍석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멋지다.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며 “법원에서 청와대로 점프했다가 문정부 고위직을 맡았음에도 퇴직후 얼마되지 않아 국내 최고의 재벌 총수 변론을 맡아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자신감과 용기에 머리를 숙인다”고 풍자했다. 금태섭 전 의원(변호사)도 “경악스럽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법률가에게 요구되는 직업윤리,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공적 마인드는커녕 최소한의 염치도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엮임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그 분이 어떤 연유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변론을 맡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정부의 고위공직자를 지낸 분이 정부가 끝나기도 전에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을 수임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고 조심해야 할 일”이라며 “민간인이 된 개인의 선택이지만, 세상은 아직 그 분을 문재인 정부의 '전' 고위공직자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 같은 페이스북글을 김 전 비서관이 사임계를 낸 이후 내렸다.
김형연 전 법무비서관은 14~17일 미디어오늘의 여러차례 전화통화에도 연결이 되지 않았고, 이 같은 의문과 비판에 관한 의견을 문자메시지와 SNS메신저를 통해 전달했으나 17일 낮 12시 현재까지 답변하지 않고 있다.
다만 김 전 비서관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민정수석실에서 반부패 사건을 (보고)받지만, (이 부회장 사건 관련) 수사정보는 보고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무비서관 (출신)이 이 사건 수임을 못 한다는 주장은 너무 단편적인 생각”이라며 “변호사법을 지키는 등 합법적인 선 안에서 변호사로서 수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겨레가 전했다. 사면 업무를 맡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 김 전 비서관은 “제가 사면을 수임한 거라면 굳이 모든 사람의 주목을 받으면서 위임장을 냈겠느냐”며 “전반적으로 (송무 업무를) 맡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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