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더위에 장대비까지.. 여름철 '장마'가 벌써?

김세현 기자 2021. 5. 1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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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때이른 여름 더위에 이어, 주말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여름철이면 떠오르는 '장마'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역대급 장마를 겪은터라 올해 장마는 어떨지, 최근 변화가 큰 날씨 속에 관심이 큽니다. 더욱이 일본의 장마인 '바이유'가 규슈 남부 지방에서는 지난 11일 65년만에, 규슈 북부와 시코쿠 지방에서는 지난 15일 관측이래 가장 빠르게 시작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에 장마가 빨리 시작됐다고 해서 우리나라 장마도 빨리 시작할까요?

일본 이른 장마 = 우리나라 이른 장마?

보통 장마는 남쪽에서부터 먼저 시작됩니다. 일본 기상청 자료를 보면 이번에도 오키나와, 아마미, 그리고 규슈 남부, 북부 순으로 시작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21년 일본 장마 시작일 (출처: 일본 기상청)
2021년 일본 지역별 장마 시작일 (파란색 글자는 평년과의 차이) (출처: 일본 기상청, 지도: 구글)

우리나라는 장마 시작일을 제주, 남부지방, 중부지방으로 구분해서 기록합니다.

단순히 시작일만을 가지고 일본의 장마와 우리나라 장마를 연관시킬 수 있는지 상관관계를 분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장마가 시작되는 제주도의 시작일과 제주도와 가까운 위도 대의 일본 규슈, 시코쿠, 중국 지역에 대한 장마 시작일 기록을 비교했습니다.

각 일본 지역의 장마가 평년보다 일찍 또는 늦게 시작 했을 때, 제주도의 장마도 평년보다 일찍 또는 늦게 시작하는지 상관관계를 계산했습니다.

제주도 장마 시작일 기록이 있는 1973년부터 2020년까지 48년 동안의 자료로 상관계수를 계산했고, 그 결과는 아래의 표와 같습니다.

1973~2020년 제주도 장마 시작일과 일본 지역별 장마 시작일과의 상관관계

상관계수는 그 값이 -1이나 1에 가까울수록 상관성이 높은 걸로 판단합니다. 일반적으로 상관계수의 절대값이 0.2 이하 일 때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고 보고, 0.2~0.4 일 때는 낮은 상관관계, 0.4~0.6일때는 보통의 관계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중국 지방에 대해서만 상관관계가 약 0.41로 보통의 관계가 있는 걸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추가로 이 상관관계에 대한 신뢰도를 계산했을 때,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상관관계 있는걸로 판단되지 않았습니다.

즉, 단순히 일본에 장마가 빨리 시작했다고해서 우리나라도 빨리 시작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무래도 '장마'라는 현상에는 여러 인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데다가, 일본과 우리나라의 장마 시작 기준과 원인이 다른 것도 이유일 겁니다.

장마 용어 표현의 모호함

이런 와중에 지난 주말에 봄철답지 않은 많은 비가 내린데다, 우리나라와 일본 기상청의 일기도에서 여름철에 장마전선으로 불리는 정체전선 표시가 나타나면서 지난 주말에 내린 비를 장맛비처럼 표현한 보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정체전선을 장마전선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2021년 5월 15일 9시 일기도 (좌: 우리나라 기상청, 우: 일본 기상청)

먼저 우리나라 기상청의 장마 시작 결정 요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기상청 장마 시작 결정 요소 (출처: 기상청)

장마의 시작일은 과학적인 인자들로 정해지는데, 사실 최근 '장마'라는 용어가 굉장히 애매해졌습니다.

그동안 장마는 '여름철에 정체전선으로 인해 많은 비가 지속적으로 내리는 현상'으로 이해하고 여름철 장마가 시작했을 때 북상하는 정체전선을 장마전선으로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장마도 그렇고 점차 장마기간에도 저기압, 대기불안정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한 비와 집중호우가 발생하고 있어 단순히 '장마전선에서 내리는 비'를 장마로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2020년 장마 형태 (자료: 기상청)

또 2014년에는 장마 기간에도 비가 오지 않은 날이 많은, 이른바 '마른 장마' 형태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즉, 객관적인 기준은 있지만, 점차 변해가는 기상 특성으로 인해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워진겁니다.

이러한 이유로 기상청은 지난해 전문가 토론을 거쳐 앞으로 '장마전선'이 아닌 '정체전선'을 사용하고, 장마 기간을 '장마철'로 표현하는 변경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는 '장마철에 접어 들었고, 평소보다 비가 자주 온다'로 표현된다는 겁니다.

올해 장마는 언제 시작?

'장마' 현상은 동아시아 지역에 몬순, 즉 우기 (비가 다른 때보다 많이 내리는 기간) 의 일부분입니다.

올해는 동아시아 지역의 우기가 일찍 시작됐고, 그 영향으로 일본도 기록적으로 장마가 일찍 시작한 걸로 보입니다.

기상청은 일본은 서로 다른 두 기단 사이에서 영향을 받는 일본 장마와는 달리 우리나라 장마는 대륙의 영향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 장마철 시작은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입니다. 일본처럼 평년에 비해 일찍 접어들 가능성도 없진않으나, 현재 평년 수준으로 시작할 가능성도 높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 후반에도 한 차례 비가 예보되어있지만, 지난 주말과 비슷하게 저기압이 일시적으로 정체전선을 끌어올리는 형태의 강수이기 때문에, 장마의 시작으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지난해 장마 분석 결과 인도양, 대서양 등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우리나라 장마철 강수에도 영향을 줬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올해 장마철은 또 어떠한 모습일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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