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어도 될까?..미국, 갑작스런 마스크 해제 권고에 무성한 논란
[경향신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에 한해 실내·외를 막론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새 지침을 발표한 이후 논란이 무성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마스크를 벗을 때가 아니라고 강조하던 보건 당국이 정치적 이유로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가 하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CDC의 마스크 착용 해제 권고를 둘러싼 논란의 상당 부분은 갑작스런 발표 시점에서 기인한다. 로셸 윌렌스키 CDC 국장이 지난 11일 상원 청문회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아직 국민의 3분의 1 수준이고 지역사회 감염이 계속되고 있어 마스크 착용과 물리적 거리두기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윌렌스키 국장이 전날 밤 마스크 착용을 대폭 완화하는 새 지침을 결정한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윌렌스키 국장은 백악관에도 새 지침 결정 사실을 발표 전날인 12일 저녁에야 알렸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CDC의 새 지침 발표 몇 시간 전인 13일 아침에 보고를 받았으며 백악관 참모들은 급하게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일정을 잡고 연설문을 준비하느라 부산을 떨어야 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일선 보건행정을 책임지는 주지사들도 CDC의 새 권고안을 뉴스를 보고서 알게 됐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송유관 가동 중단으로 인한 혼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력 충돌, 인플레이션 우려 등의 ‘나쁜 소식’을 덮기 위해 마스크 착용 해제 카드를 동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에 대해 윌렌스키 국장은 16일 폭스뉴스 등 방송과 연쇄 인터뷰를 하면서 어떠한 정치적 고려나 외압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윌렌스키 국장은 “나는 의학저널에 보고된 과학을 전달하고 있다”이라면서 “알다시피 지난 주 변화가 있었다. 지난 2주 간 확진자가 감소했고, 나는 해당 정보가 확보된 즉시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CDC가 백신 최종분을 접종하고 2주가 지난 사람은 실내외를 막론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좋다고 권고했지만 시민들은 아직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CDC는 버스, 비행기 등 대중교통 수단, 병원, 교도소 등 밀집된 실내 공간에서도 백신 접종 여부에 상관없이 여전히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권고를 유지했는데 이 부분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마트, 코스트코, 스타벅스 등 대형 소매 및 식음료 업체들이 속속 완화된 마스크 착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지만 소규모 업체들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백신 접종 후 2주가 지나지 않아 마스크를 써야 하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들을 제지할 방안이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뉴욕주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백신 접종을 증명할 수 있는 이른바 ‘백신여권’을 도입했지만 대부분의 지역은 백신여권이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고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면서 도입에 부정적이다. 결국 마스크 착용 여부가 개인의 양심과 자율에 맡겨진 것이다. 윌렌스키 국장은 “자율 시행 시스템은 여러분 자신에게 정직한 것”이라면서 “당신이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안전하지 않다. 백신을 맞거나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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