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제자들에게 세상 보는 안목 가르쳐.. 인생의 나침판 돼주신 스승

기자 2021. 5. 1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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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내가 다니던 면 소재지에 자리 잡은 중학교는 아름답고 빼어난 금수강산 기슭에 조그맣고 아담한 학교였다.

매년 스승의 날이 되면 그 시절이 아련하게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나에게 인생의 길라잡이가 돼 주신 미술을 담당하셨던 박민철 선생님이 생각난다.

팔순을 앞둔 지금도 미술과 음악으로 노익장을 과시하며 재능기부 활동을 왕성하게 하시는 박민철 스승님께 스승의 날을 맞아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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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김해 한림중학교 박민철 선생님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내가 다니던 면 소재지에 자리 잡은 중학교는 아름답고 빼어난 금수강산 기슭에 조그맣고 아담한 학교였다. 봄이면 푸른 새싹이 대지에 깔리고, 여름이면 울창한 녹음이 계곡 물소리, 새소리와 어우러져 자연을 벗 삼게 만들었다. 가을이면 쪽빛 하늘 아래 들판은 황금빛 물결 불붙듯 타는 단풍과 함께 깊어 가고, 겨울이면 흰 눈의 깨끗함으로 정갈하게 하니 어느 계절 어느 곳이나 자연에 흠뻑 취해 우리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산하를 쏘다니며 꿈을 키웠다.

매년 스승의 날이 되면 그 시절이 아련하게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나에게 인생의 길라잡이가 돼 주신 미술을 담당하셨던 박민철 선생님이 생각난다. 천방지축 피 끓는 사춘기를 지혜와 인자함으로 다독여주고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유머와 미소를 잃지 않으시고 더 넓은 세상을 보는 안목을 가르쳐 준 선생님이셨다.

아직도 당시 20대 후반의 호남형 풋풋한 멋진 모습으로 부임해 오셨던 선생님을 기억한다. 좌충우돌 까까머리 사춘기의 우리는 선생님의 일거수일투족이 단연 관심의 대상이었다. 아마 당시 히트한 가수 이미자의 노래 ‘섬마을 선생님’의 가사에 나오는 총각 선생님과도 같은 우상이었다. 담당 과목이 미술이라 우리에게 무궁무진한 꿈과 상상의 나래를 펴게 했다. 특히 교사로 부임 전까지 부산의 모 방송국 아나운서로 근무한 경력에 오락시간이나 소풍 때 장기자랑 시간에는 당시 라디오에서만 듣던 스포츠 경기를 현장감 있게 중계방송(?)하셔서 우리가 직접 경기를 관전하는 착각할 정도로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곤 하셨다.

그뿐만 아니라 선생님은 미술을 전공하셨지만, 악기를 다루는 솜씨가 특출해 우리에게 우리나라 가곡은 물론 외국의 이름 있는 가곡까지도 열성껏 연주해주셨다. 그 시절에는 듣도 보도 못한 아코디언으로 우리나라 가곡 ‘고향생각’ ‘가고파’ ‘금강에 살으리랏다’, 외국 가곡으로는 ‘백조를 뜯어라’ ‘올드 블랙조’ ‘켄터키 옛집’ 등 구성진 연주로 절절하게 우리의 심금을 울리곤 하셨다.

1960년대는 끼니 걱정을 해야 할 보릿고개 시절이라 수학여행은 언감생심이었지만, 선생님께서는 어려운 제자들에게 박봉을 쪼개 수학여행비를 쾌척하셔서 제자들이 직접 견문을 넓히는 호사를 누리게 해주셨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보통의 선생은 그저 말을 좋아하고, 좋은 선생은 설명을 하고, 훌륭한 선생은 스스로 모범을 보이고, 위대한 선생은 영감을 준다’고 하는 말에 딱 어울리는 고마운 선생님이셨다. 나를 가르친 선생님들은 모두가 훌륭한 스승들이셨다. 하지만, 내게 있어 그 누구보다 더 큰 선생님은 박민철 스승님이셨다. 내 인생의 나침판이 돼준 중학교 시절은, 마르지 않는 샘물이 돼 오늘도 내 가슴을 적신다.

팔순을 앞둔 지금도 미술과 음악으로 노익장을 과시하며 재능기부 활동을 왕성하게 하시는 박민철 스승님께 스승의 날을 맞아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다. 스승님, 오늘따라 당신의 회초리가 그립습니다.

김해 한림중 18회 제자 김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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