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에도 '콜센터' 업무 환경은 여전..지침 '유명무실'"

CBS노컷뉴스 차민지 기자 2021. 5. 1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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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코로나 이후 콜센터 노동환경 심층 면접 조사'
고용노동부 코로나 예방 지침 실효성↓
"회사 자체 방역지침 마련 의무화하고, 유급병가 제도화 해야"
스마트이미지 제공
#. 카드사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 정보가 공유돼야 하는데 따로 공유가 안 돼요. 몇 층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 같은데 회사에서는 말을 안 하고 다른 층 사람한테 직접 들어요. "몇 층에서 누가 또 나왔대" 이렇게 듣죠. 사람들이 민감해지죠. '아 나도 걸릴 수 있겠구나 더 자주 걸릴 수 있겠구나' 층마다 계속 나오고 있고 이러니까.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밥도 안 먹어요.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밖에 나가지도 않고 사무실 안에서 밥도 안 먹고 물 같은 것도 잘 마시지 않아요. (카드 콜센터 상담사 A씨)

지난해 3월 구로구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에서는 약 170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해당 콜센터는 곧바로 수도권 최대 집단 감염 발생지로 떠올랐고, 역학조사 등이 이어지며 '콜센터'가 방역에 얼마나 취약한지도 드러났다. 뒤늦게 정부는 콜센터 상담사를 위한 코로나19 예방 지침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의 작동은 어려웠다. 실제로 지난 4월 기준 콜센터 관련 코로나19 집단감염은 23건, 636명에 이른다.

17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콜센터 상담사 13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면접에는 은행, 카드, 항공사, 공단, 케이블방송, 보험, 배달어플 등 다양한 업종에서 참가했다. 6명은 무노조, 7명은 유노조였다.

고용노동부는 지금까지 코로나19 콜센터 예방지침을 3차례 발표했다. 이중 가장 최신 버전인 지난 11월자 지침에는 집단감염 예방을 위해 유연근무 및 휴가를 활용하도록 되어 있다.

지침은 출퇴근시간 등에는 시차 출되근제를 활용하거나, 연차휴가, 병가, 가족돌봄휴가 등 휴가제도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단, 재택근무가 어려운 콜센터는 근무 중 마스크 착용 의무화하고 거리 두기와 칸막이도 필수로 설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콜센터의 특성상 재택근무를 아예 하지 못한 사업장이 많았다. 콜센터는 개인정보를 다룬다는 점, 사업장만의 그룹웨어, 업무용 소프트웨어 등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점 등 업무특성상 재택근무를 시행하기 어렵다고 한다. 오히려 재택근무를 시행하더라도 콜센터 노동자는 제외되는 경우가 있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배달어플 콜센터에서 일하는 B상담사는 "다른 영업팀이나 디자인 부서 등은 다 재택근무를 하러 갔다"며 "전화 받는 상담사들도 다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안 되고, 전화 받으시는 분들은 그냥 그대로였다"고 밝혔다. 정부가 콜센터 재택근무 시행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비용의 50% 범위에서 최대 2천만 원 한도로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실효적이지 못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연차유급휴가, 병가, 가족 돌봄 휴가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아프면 쉬기'라는 기본 방역수칙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콜센터 사업장의 경우 "상담 건수, 응답률 등을 이유로 휴가 사용을 제한하거나 업무 인사 등에 불이익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러 사업장에서 여전히 당일 휴가 신청의 경우 인센티브 감점으로 이어졌다.

"내가 밀접접촉자는 아니지만, 가족이 다른 사람과 밀접접촉이 돼서 회사에 보고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나로 인해서 다른 피해가 갈까봐. 그거를 회사에 보고하면 회사에서 나와야 할지 안 나와야 할지를 판단해주고, 판단되면 그게 연차가 아닌 거 아닌가요? 그런데 연차를 사용하도록 했어요. 그리고 저희는 당일에 연차를 사용할 수 없어요. 만약에 당일 날 전화로 통보를 하면 인센티브 점수에 마이너스가 돼요. 그래서 꼭 출근해서 하도록 해요." (자동차보험 콜센터 C상담사)

물론 면접 참여 사업장 중에 병가제도가 마련된 곳들도 있었다. 다만, 병가제도가 마련된 사업장은 모두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들이었다.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 중에 병가제도가 마련된 곳은 단 한 곳뿐 이었다.

병가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사업장에서도 병가 활용은 많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병가가 '무급'으로 규정되어 있어 임금 삭감을 감수하고 병가를 사용을 하려는 노동자들이 많이 없었다. 기간제 노동자들은 2년 이후 정규직 전환 시 불이익을 우려해 병가를 사용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거리 두기'나 '열 체크' 등 가장 기본적인 방역수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사업장의 배치를 바꿔 기존보다 넓어지기는 했지만 이미 밀집도가 상당했던 탓에 체감도가 높지 않았다. 요일별로 출근하는 사람이 달라, 한 자리를 여러 노동자가 공유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면접 참여자들의 사업장 중 대부분은 1일 2번 이상 열 체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열 체크 당시 발열 증상이 있어도 노동자를 바로 귀가시킨 사업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오히려 1시간 뒤에 다시 열 체크를 하면서, 정상 체온이 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열 체크를 하는 사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은행 콜센터에서 일하는 D상담사는 "37도나 38도가 나오면 조금 이따가 다시 잰다"며 "아프면 집에 가서 쉬라는데, 아프다 해도 그냥 이따가 오라고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근로감독관이 오는 날만 회사에서 마스크 착용을 지시하는 등의 면피성 지시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C상담사는 "노동청에서 딱 두 번 감독을 나온 것 같다"며 "회사에서 나올 때마다 마스크를 쓰라고 하니까 나오는구나 한다"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면접대상 사업장의 사용자들은 방역수칙의 준수 의무를 오로지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최소한의 방역수칙이 사업장 거리두기 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부에서 콜센터 사업장 방역지침을 마련하는 단계나 방역지침을 구체적인 사업장 상황에 맞춰 시행하는 과정에 있어서 노동자의 의견이 반영될 기회나 절차는 전혀 없었다"며 "실효적이지 않은 방역지침인데도 불구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체는 대안으로 △회사 자체 방역지침 마련 의무화 △집단감염 발생을 중대 재해로 규정 △도급인의 책임 범위에서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범위 확대 △연차휴가 보장, 유급병가 제도화, 재택근무 기준 마련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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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차민지 기자] chach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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